[여심야심] 〈임기 반환점 돈 대통령에게〉 ‘문재인 구두’ 업체대표 “숫자 연연 말고 더 가까이서 들어야”

입력 2019.11.11 (08:0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지난 6월 이 구두를 신으시고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을 판문점에서 만나셨어요. 세 분이 만날 때 저희 구두가 거기서 빛나고 있었습니다."


'대통령 구두'로 유명해진 사회적 협동조합 '구두 만드는 풍경' 유석영 대표는 문 대통령 구두를 보여주면서 어린아이처럼 행복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문 대통령이 올해 가을에도 구두를 두 켤레 샀다며 뿌듯해했습니다. "똑같은 구두를 블랙과 브라운으로 다 사셨습니다."

2016년 5월 문 대통령 5.18 국립묘지 참배 당시 사진2016년 5월 문 대통령 5.18 국립묘지 참배 당시 사진

문 대통령은 2016년 광주 5.18 국립묘지를 참배할 때도 이 회사 구두를 신은 적이 있습니다. 밑창이 닳도록 신은 해당 구두 사진이 회자가 되면서 '구두 만드는 풍경'에도 관심이 쏟아졌습니다.

문 대통령의 임기 반환점을 맞아 대통령을 고객의 한 명으로 둔 유 대표를 만났습니다. 유 대표는 본인이 1급 시각 장애인이면서, 청각 장애인 10명과 지체 장애인 1명 등 직원 17명을 고용하고 있는 소상공인입니다. 문 대통령과의 인연, 그리고 남은 임기 동안 소상공인으로서 대통령에게 바라는 점을 들어봤습니다.

◆ 2012년 시작된 인연…대통령이 '영업 사원' 역할

유 대표가 문 대통령과 첫 인연을 맺은 건 2012년 국회에서였습니다.

"제가 처음에 매장이 없어서 구두를 사방으로 팔러 다닌 적이 있었어요. 그 때가 2012년 9월이었는데 정기 국회가 열릴 때 국회에 가서 장을 벌렸던 거죠. 그때 당시에 대통령 후보로서 박근혜 후보하고 맞붙었을 때예요. 그 바쁜 일정을 제쳐 두시고 우리가 구두를 판다고 하니까 오셔서 신어 보고, 아주 잘 맞는다고 현금을 주시면서 매우 좋아하셨어요. 그때 인연으로 아지오를 대통령께서 신게 되신 거죠."

유 대표는 대통령 덕도 꽤 봤다고 하면서 웃었습니다. 대통령이 '영업 사원' 역할을 해줬다는 겁니다.

"저희가 한 분 한 분 쫓아다니면서 알려야 하는 것을 '대통령께서 오래 신고 아껴 신었다', '그만큼 구두가 튼튼하다'는 소문이 좋게 잘 나서 다시 사업을 시작할 때 상당히 도움이 됐습니다."

사회적 협동조합 ‘구두 만드는 공장’사회적 협동조합 ‘구두 만드는 공장’

유 대표는 한 차례 사업 실패의 아픔을 겪었습니다. 2010년 파주에서 수제 구두 공장을 열었다가 3년 만에 폐업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 아지오 구두를 사려고 했지만 폐업했다는 얘기를 듣고 안타까워했다고 합니다.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재기를 바라는 시민들의 후원이 이어졌고, 2017년 말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다시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유 대표는 다시 구두를 만들고 나서 청와대로 직접 구두 배달을 갔었다며 당시를 회상했습니다.

"저희 구두를 오래 신은 것이 참 저는 뜻밖이었어요. 그때 모두가 사주신 거라 사신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닳도록 신으신 분인지 몰랐어요. 의미를 부여하시는 분이세요. 어떤 상황 속에서도 한번 지나치지 않고 계속해서 가슴에 담아놓고 잘 되기를 바라고 잘 되도록 응원하시고 이렇듯 대통령께서는 그런 생각의 넓이가 고우시고 어려운 부분들이 잘될 때까지 응원하시는 분이라고 저는 느끼며 삽니다.

◆ "정부, 숫자 늘리기 급급…튼실한 사업 모델 육성해야"

문 대통령과의 개인적 인연과는 별개로 유 대표는 정부 정책에 대해서는 아쉬운 점이 많다고 했습니다. 우선 정부가 지나치게 '숫자'에 연연한다고 말을 꺼냈습니다. 유 대표는 "숫자가 보여지는 데에 초점이 많이 맞춰져 있어서, 아쉬움이 참 많이 남는다"며, "진짜 중요한 것은 튼실한 사업 모델을 육성해서 다른 후발 주자들도 그것을 지표 삼아 갈 수 있게 해줘야 하는데, 너무 숫자를 늘리는 데 급급하다"고 했습니다.

"얼마나 고용을 했느냐, 얼마나 소상공인들이 늘어났느냐, 이런 숫자들이 극대화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진짜 중요한 건 정말 얼마나 잘 하고 있느냐, 그들이 몇 년을 유지하고 있느냐, 그리고 앞으로 확장을 위해서 어떤 노력이 기울어졌느냐, 그리고 앞으로도 유사 업종들과의 경쟁력을 어떻게 갖추느냐, 이런 부분들도 조금 더 밀도있게 조금 파고 들어가주면 좋겠어요.

이런 부분이 조금 약하다는 것이죠. 이번 정부 뿐만 아니라 어느 정부때라도 그런 부분이 너무 강화가 되어서 실제적인 부분이 지속가능하지 못하고 중간에 주저앉는 경우를 참 많이 봤거든요. 저희도 그전에 그래서 한번 폐업한 아픔도 있었고요"

유 대표는 정부가 단기 성과에 급급하지 말고, 조금 느리더라도 소상공인들의 얘기에 귀를 기울여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저희는) 청각 장애인들과 일하기 때문에 기술을 익힐 때까지는 고용을 확대하는 게 합리적이지 못해요. 적은 인원이 일정 기간에 일정 부분까지 기술이 습득돼 완전히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시간이 걸리거든요. 그런데 정부 정책대로 따라가면 1년에 몇 명 고용했다, 이런 식으로 가버리면 다급해지고, 외향적인 부분을 더 생각할 수밖에 없다는 거죠.(중략) 소상공인들이 어떤 부분에서 애로사항이 있는지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서 들어야 합니다. 결과물이나 숫자만 너무 두드러지는데 이것을 지양했으면 좋겠어요"


◆ "다시 '일자리'에 관심을…개천 아닌 일자리에서 용이 나와야"

유 대표는 정부가 다시 일자리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임기 초기에 일자리를 많이 앞세웠지만 지금은 다른 사안들에 많이 밀려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일자리가 '없어서'가 아니라 '안 해서' 문제라고도 했습니다. 유 대표는 "정부가 어렵고 힘든 일자리에서 노력하는 사람들을 뒷받침해주고, '앞으로 여러분 삶도 행복해질 것'이라는 비전을 제시해주면 좋겠다"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어떤 학자들이나 유명한 박사들이 많이 나와서 개천에서 용이 나는 게 아니라 정말 일자리에서 용이 많이 나오면 좋겠어요. 그렇게 우리나라 사람들이 충분히 즐겁게 일하고, 그 일한 대가로 경제활동, 사회 참여를 할 수 있도록 이런 근거를 만들어주는 것이 일자리의 전체적인 것이지, 일자리만 만들어놓는 것이 제도는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중략) 지역별로 업종별로 내지는 각각의 연령대별로라도 좋은 소상공 모델들을 만들어서 거기에 사람들이 모여들고 거기에서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대물림을 좀 이어갈 수 있도록 그런 토대를 이번 정부가 닦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여심야심] 〈임기 반환점 돈 대통령에게〉 ‘문재인 구두’ 업체대표 “숫자 연연 말고 더 가까이서 들어야”
    • 입력 2019-11-11 08:00:34
    여심야심
"지난 6월 이 구두를 신으시고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을 판문점에서 만나셨어요. 세 분이 만날 때 저희 구두가 거기서 빛나고 있었습니다."


'대통령 구두'로 유명해진 사회적 협동조합 '구두 만드는 풍경' 유석영 대표는 문 대통령 구두를 보여주면서 어린아이처럼 행복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문 대통령이 올해 가을에도 구두를 두 켤레 샀다며 뿌듯해했습니다. "똑같은 구두를 블랙과 브라운으로 다 사셨습니다."

2016년 5월 문 대통령 5.18 국립묘지 참배 당시 사진
문 대통령은 2016년 광주 5.18 국립묘지를 참배할 때도 이 회사 구두를 신은 적이 있습니다. 밑창이 닳도록 신은 해당 구두 사진이 회자가 되면서 '구두 만드는 풍경'에도 관심이 쏟아졌습니다.

문 대통령의 임기 반환점을 맞아 대통령을 고객의 한 명으로 둔 유 대표를 만났습니다. 유 대표는 본인이 1급 시각 장애인이면서, 청각 장애인 10명과 지체 장애인 1명 등 직원 17명을 고용하고 있는 소상공인입니다. 문 대통령과의 인연, 그리고 남은 임기 동안 소상공인으로서 대통령에게 바라는 점을 들어봤습니다.

◆ 2012년 시작된 인연…대통령이 '영업 사원' 역할

유 대표가 문 대통령과 첫 인연을 맺은 건 2012년 국회에서였습니다.

"제가 처음에 매장이 없어서 구두를 사방으로 팔러 다닌 적이 있었어요. 그 때가 2012년 9월이었는데 정기 국회가 열릴 때 국회에 가서 장을 벌렸던 거죠. 그때 당시에 대통령 후보로서 박근혜 후보하고 맞붙었을 때예요. 그 바쁜 일정을 제쳐 두시고 우리가 구두를 판다고 하니까 오셔서 신어 보고, 아주 잘 맞는다고 현금을 주시면서 매우 좋아하셨어요. 그때 인연으로 아지오를 대통령께서 신게 되신 거죠."

유 대표는 대통령 덕도 꽤 봤다고 하면서 웃었습니다. 대통령이 '영업 사원' 역할을 해줬다는 겁니다.

"저희가 한 분 한 분 쫓아다니면서 알려야 하는 것을 '대통령께서 오래 신고 아껴 신었다', '그만큼 구두가 튼튼하다'는 소문이 좋게 잘 나서 다시 사업을 시작할 때 상당히 도움이 됐습니다."

사회적 협동조합 ‘구두 만드는 공장’
유 대표는 한 차례 사업 실패의 아픔을 겪었습니다. 2010년 파주에서 수제 구두 공장을 열었다가 3년 만에 폐업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 아지오 구두를 사려고 했지만 폐업했다는 얘기를 듣고 안타까워했다고 합니다.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재기를 바라는 시민들의 후원이 이어졌고, 2017년 말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다시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유 대표는 다시 구두를 만들고 나서 청와대로 직접 구두 배달을 갔었다며 당시를 회상했습니다.

"저희 구두를 오래 신은 것이 참 저는 뜻밖이었어요. 그때 모두가 사주신 거라 사신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닳도록 신으신 분인지 몰랐어요. 의미를 부여하시는 분이세요. 어떤 상황 속에서도 한번 지나치지 않고 계속해서 가슴에 담아놓고 잘 되기를 바라고 잘 되도록 응원하시고 이렇듯 대통령께서는 그런 생각의 넓이가 고우시고 어려운 부분들이 잘될 때까지 응원하시는 분이라고 저는 느끼며 삽니다.

◆ "정부, 숫자 늘리기 급급…튼실한 사업 모델 육성해야"

문 대통령과의 개인적 인연과는 별개로 유 대표는 정부 정책에 대해서는 아쉬운 점이 많다고 했습니다. 우선 정부가 지나치게 '숫자'에 연연한다고 말을 꺼냈습니다. 유 대표는 "숫자가 보여지는 데에 초점이 많이 맞춰져 있어서, 아쉬움이 참 많이 남는다"며, "진짜 중요한 것은 튼실한 사업 모델을 육성해서 다른 후발 주자들도 그것을 지표 삼아 갈 수 있게 해줘야 하는데, 너무 숫자를 늘리는 데 급급하다"고 했습니다.

"얼마나 고용을 했느냐, 얼마나 소상공인들이 늘어났느냐, 이런 숫자들이 극대화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진짜 중요한 건 정말 얼마나 잘 하고 있느냐, 그들이 몇 년을 유지하고 있느냐, 그리고 앞으로 확장을 위해서 어떤 노력이 기울어졌느냐, 그리고 앞으로도 유사 업종들과의 경쟁력을 어떻게 갖추느냐, 이런 부분들도 조금 더 밀도있게 조금 파고 들어가주면 좋겠어요.

이런 부분이 조금 약하다는 것이죠. 이번 정부 뿐만 아니라 어느 정부때라도 그런 부분이 너무 강화가 되어서 실제적인 부분이 지속가능하지 못하고 중간에 주저앉는 경우를 참 많이 봤거든요. 저희도 그전에 그래서 한번 폐업한 아픔도 있었고요"

유 대표는 정부가 단기 성과에 급급하지 말고, 조금 느리더라도 소상공인들의 얘기에 귀를 기울여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저희는) 청각 장애인들과 일하기 때문에 기술을 익힐 때까지는 고용을 확대하는 게 합리적이지 못해요. 적은 인원이 일정 기간에 일정 부분까지 기술이 습득돼 완전히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시간이 걸리거든요. 그런데 정부 정책대로 따라가면 1년에 몇 명 고용했다, 이런 식으로 가버리면 다급해지고, 외향적인 부분을 더 생각할 수밖에 없다는 거죠.(중략) 소상공인들이 어떤 부분에서 애로사항이 있는지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서 들어야 합니다. 결과물이나 숫자만 너무 두드러지는데 이것을 지양했으면 좋겠어요"


◆ "다시 '일자리'에 관심을…개천 아닌 일자리에서 용이 나와야"

유 대표는 정부가 다시 일자리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임기 초기에 일자리를 많이 앞세웠지만 지금은 다른 사안들에 많이 밀려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일자리가 '없어서'가 아니라 '안 해서' 문제라고도 했습니다. 유 대표는 "정부가 어렵고 힘든 일자리에서 노력하는 사람들을 뒷받침해주고, '앞으로 여러분 삶도 행복해질 것'이라는 비전을 제시해주면 좋겠다"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어떤 학자들이나 유명한 박사들이 많이 나와서 개천에서 용이 나는 게 아니라 정말 일자리에서 용이 많이 나오면 좋겠어요. 그렇게 우리나라 사람들이 충분히 즐겁게 일하고, 그 일한 대가로 경제활동, 사회 참여를 할 수 있도록 이런 근거를 만들어주는 것이 일자리의 전체적인 것이지, 일자리만 만들어놓는 것이 제도는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중략) 지역별로 업종별로 내지는 각각의 연령대별로라도 좋은 소상공 모델들을 만들어서 거기에 사람들이 모여들고 거기에서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대물림을 좀 이어갈 수 있도록 그런 토대를 이번 정부가 닦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