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건강 톡톡] ‘강아지 구충제’ 암 치료 논란…“아직은 근거 부족”

입력 2019.11.08 (08:42) 수정 2019.11.11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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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말기 암 환자였던 60대 미국인 남성이 강아지 구충제 '펜벤다졸'을 복용하고 완치됐다는 주장이 유튜브를 통해 급속히 퍼지면서 우리나라에서도 말기 암 환자를 중심으로 복용 후기 영상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강아지 구충제 '펜벤다졸'이 정말 말기 암 환자에게 희망이 될 수 있을까요?

박광식 의학전문기자 나왔습니다.

정말 말기 암 환자가 강아지 구충제로 암이 완치됐나요?

[기자]

2016년 폐암 진단을 받은 미국인 조 티펜스 씨가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이야기입니다.

티펜스씨는 2017년 초만 하더라도 암세포가 다른 여러 장기로 전이 돼 3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았습니다.

이후 티펜스 씨는 미국 유명 암 센터에서 항암신약 관련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도중, 우연히 강아지 구충제인 '펜벤다졸'의 항암효과를 접하고 임의로 복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암의 퍼진 정도를 보기 위해 양성자 방출 단층 촬영 PET CT 검사를 했는데, 전신에 퍼진 암이 깨끗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티펜스 씨는 완치된 이유가 강아지 구충제인 '펜벤다졸'때문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당시 임상시험에 참여했던 약물도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어 구충제로 암이 완치됐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앵커]

'펜벤다졸'이 도대체 무슨 약이길래 암에도 효과가 있다는 건가요?

[기자]

'펜벤다졸'은 강아지에게 사용하는 구충제 성분명입니다.

강아지 몸속에 존재하는 요충, 회충, 편충 등을 제거하는 건데요.

펜벤다졸의 원리는 기생충을 구성하는 세포에 침투해 영양분 흡수를 막아 고사시켜 죽이는 원리입니다.

그런데 암세포에도 이런 세포 독성 원리가 작동한다는 겁니다.

현재 실험실 수준의 암세포나 동물실험에서 항암효과를 보인다는 연구도 일부 있습니다.

하지만 또 전혀 효과가 없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오히려 간 종양을 촉진한다는 동물실험 결과도 있어서 상반된 연구들이 혼재합니다.

분명한 건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없다는 점입니다.

[앵커]

일부 암 환자 유튜버가 '펜벤다졸'을 복용하며 상태가 좋아졌다는 영상들이 올라오는데, 효과가 있는 것 아닌가요?

[기자]

단정하기에는 이릅니다.

강아지 구충제를 복용하고 한두 명에게 효과가 나타났다고 해서 약효가 입증되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실제로 항암제의 경우 개발과정에서 일부 환자에게 탁월한 효과를 나타내더라도 최종 임상시험 결과에서 실패한 사례가 허다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강아지 구충제를 복용하고 후기를 영상으로 올리기 시작한 건 최근의 일입니다.

펜벤다졸이 정말 암세포를 사멸시켰는지, 그래서 환자의 생존 기간을 늘렸는지는 단순히 몇몇 후기만으로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유튜브의 특성상 펜벤다졸을 복용하고 긍정적인 효과를 체험한 암 환자 위주로 영상을 올릴 가능성이 큽니다.

복용을 시도했지만, 효과가 없거나 증세가 더 악화한 분은 실재하지만 우리가 못 볼 수 있습니다.

[앵커]

'펜벤다졸' 항암효과 빨리 검증할 수 없을까요?

[기자]

펜벤다졸 자체만 봤을 때 우리가 복용하는 약물로 편입되기까지는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립니다.

왜냐하면 항암제를 포함한 모든 의약품은 사람을 대상으로 하기때문에 안정성과 효과성이 입증돼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펜벤다졸과 동일한 원리로 암세포를 죽이는 항암제들은 이미 임상시험을 거쳐 나와 있습니다.

1980년대 후반부터 개발돼 현재 널리 쓰이는 세포독성 항암제 '빈크리스틴'이 대표적입니다.

동물용 구충제 펜벤다졸과 항암제의 차이라면, 약물의 효과와 안전성을 사람에게 검증했기 때문에 치료 효과와 부작용을 예상하고 대처할 수 있다는 점이 다릅니다.

[앵커]

일부에선 40년 넘게 개에게 사용해서 문제가 없다면 사람도 괜찮은 것 아니냐고 묻기도 하던데요.

[기자]

개에게 40년 사용했다고 사람에게 괜찮은 약물이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동일한 약물이라도 동물과 사람에게 효과와 부작용이 전혀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펜벤다졸을 임의로 드시는 말기 암환자 분들의 경우 항암 효과를 높이기 위해 고용량을 한꺼번에 복용하는데요.

이렇게 되면 용량에 따른 세포 독성이 증가해 전혀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구충 효과를 나타내는 낮은 용량에서는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지만, 항암효과를 위해서는 고용량, 장기간 투여하여야 하므로 혈액, 신경, 간 등에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조언합니다.

정말 말기 암 환자의 입장에서 '펜벤다졸'로 치료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식약처와 대한암학회는 동물에게만 허가된 약이라며 선을 그었습니다.

근거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암 환자의 경우 무턱대고 펜벤다졸을 복용할지 결정하기보다는 담당 의사 선생님과 긴밀히 상의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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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1-08 08:44:30
    • 수정2019-11-11 22: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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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말기 암 환자였던 60대 미국인 남성이 강아지 구충제 '펜벤다졸'을 복용하고 완치됐다는 주장이 유튜브를 통해 급속히 퍼지면서 우리나라에서도 말기 암 환자를 중심으로 복용 후기 영상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강아지 구충제 '펜벤다졸'이 정말 말기 암 환자에게 희망이 될 수 있을까요?

박광식 의학전문기자 나왔습니다.

정말 말기 암 환자가 강아지 구충제로 암이 완치됐나요?

[기자]

2016년 폐암 진단을 받은 미국인 조 티펜스 씨가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이야기입니다.

티펜스씨는 2017년 초만 하더라도 암세포가 다른 여러 장기로 전이 돼 3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았습니다.

이후 티펜스 씨는 미국 유명 암 센터에서 항암신약 관련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도중, 우연히 강아지 구충제인 '펜벤다졸'의 항암효과를 접하고 임의로 복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암의 퍼진 정도를 보기 위해 양성자 방출 단층 촬영 PET CT 검사를 했는데, 전신에 퍼진 암이 깨끗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티펜스 씨는 완치된 이유가 강아지 구충제인 '펜벤다졸'때문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당시 임상시험에 참여했던 약물도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어 구충제로 암이 완치됐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앵커]

'펜벤다졸'이 도대체 무슨 약이길래 암에도 효과가 있다는 건가요?

[기자]

'펜벤다졸'은 강아지에게 사용하는 구충제 성분명입니다.

강아지 몸속에 존재하는 요충, 회충, 편충 등을 제거하는 건데요.

펜벤다졸의 원리는 기생충을 구성하는 세포에 침투해 영양분 흡수를 막아 고사시켜 죽이는 원리입니다.

그런데 암세포에도 이런 세포 독성 원리가 작동한다는 겁니다.

현재 실험실 수준의 암세포나 동물실험에서 항암효과를 보인다는 연구도 일부 있습니다.

하지만 또 전혀 효과가 없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오히려 간 종양을 촉진한다는 동물실험 결과도 있어서 상반된 연구들이 혼재합니다.

분명한 건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없다는 점입니다.

[앵커]

일부 암 환자 유튜버가 '펜벤다졸'을 복용하며 상태가 좋아졌다는 영상들이 올라오는데, 효과가 있는 것 아닌가요?

[기자]

단정하기에는 이릅니다.

강아지 구충제를 복용하고 한두 명에게 효과가 나타났다고 해서 약효가 입증되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실제로 항암제의 경우 개발과정에서 일부 환자에게 탁월한 효과를 나타내더라도 최종 임상시험 결과에서 실패한 사례가 허다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강아지 구충제를 복용하고 후기를 영상으로 올리기 시작한 건 최근의 일입니다.

펜벤다졸이 정말 암세포를 사멸시켰는지, 그래서 환자의 생존 기간을 늘렸는지는 단순히 몇몇 후기만으로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유튜브의 특성상 펜벤다졸을 복용하고 긍정적인 효과를 체험한 암 환자 위주로 영상을 올릴 가능성이 큽니다.

복용을 시도했지만, 효과가 없거나 증세가 더 악화한 분은 실재하지만 우리가 못 볼 수 있습니다.

[앵커]

'펜벤다졸' 항암효과 빨리 검증할 수 없을까요?

[기자]

펜벤다졸 자체만 봤을 때 우리가 복용하는 약물로 편입되기까지는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립니다.

왜냐하면 항암제를 포함한 모든 의약품은 사람을 대상으로 하기때문에 안정성과 효과성이 입증돼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펜벤다졸과 동일한 원리로 암세포를 죽이는 항암제들은 이미 임상시험을 거쳐 나와 있습니다.

1980년대 후반부터 개발돼 현재 널리 쓰이는 세포독성 항암제 '빈크리스틴'이 대표적입니다.

동물용 구충제 펜벤다졸과 항암제의 차이라면, 약물의 효과와 안전성을 사람에게 검증했기 때문에 치료 효과와 부작용을 예상하고 대처할 수 있다는 점이 다릅니다.

[앵커]

일부에선 40년 넘게 개에게 사용해서 문제가 없다면 사람도 괜찮은 것 아니냐고 묻기도 하던데요.

[기자]

개에게 40년 사용했다고 사람에게 괜찮은 약물이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동일한 약물이라도 동물과 사람에게 효과와 부작용이 전혀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펜벤다졸을 임의로 드시는 말기 암환자 분들의 경우 항암 효과를 높이기 위해 고용량을 한꺼번에 복용하는데요.

이렇게 되면 용량에 따른 세포 독성이 증가해 전혀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구충 효과를 나타내는 낮은 용량에서는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지만, 항암효과를 위해서는 고용량, 장기간 투여하여야 하므로 혈액, 신경, 간 등에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조언합니다.

정말 말기 암 환자의 입장에서 '펜벤다졸'로 치료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식약처와 대한암학회는 동물에게만 허가된 약이라며 선을 그었습니다.

근거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암 환자의 경우 무턱대고 펜벤다졸을 복용할지 결정하기보다는 담당 의사 선생님과 긴밀히 상의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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