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부른 통증 주사]① 25명 집단감염됐는데 원인도 안 밝힌 보건당국

입력 2019.10.20 (15:12) 수정 2019.10.21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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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사를 맞았는데 이상증세가 발현됐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1번 환자가 확진 받기 닷새 전이었다. 2015년 5월 15일,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보건소로 한 남성이 전화를 걸었다. 수정구의 한 마취통증의학과 의원에서 오른쪽 팔꿈치에 주사를 맞았는데 붓고, 열이 나고, 아프다는 내용이었다.

"주사를 맞았는데 이상증세가 발현됐다고 민원을 제기한 거죠. 신고자만 그런 게 아니고, 주사 맞고 이상증세가 있어서 입원실이 있는 다른 병원으로 여기저기 막 갔더라고요. 병원 가서 여기서 주사 맞은 사람이 누군지 입원한 사람이 누군지 파악했더니 15명 정도 된 거죠."

- 당시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보건소 담당자


피해자는 사흘 뒤 모두 25명으로 늘었다. 인근 병원 7곳에 입원한 환자만 16명이다. 이 가운데 9명은 주사를 맞은 어깨와 무릎, 팔꿈치 부위에 고름이 차올라 환부를 도려내는 수술까지 받았다. 모두 같은 의원에서 의사 2명에게 신경차단술을 시술받은 환자들이었다. 시술에 사용된 약제는 국소마취제와 아미노산 주사제, 생리식염수의 혼합액이었다. 같은 주사를 맞은 환자는 모두 49명, 이중 절반에서 부작용이 발생한 셈이다.

■ 시작부터 삐걱댔던 보건당국의 역학조사

보건소 담당자는 경인지방식약청에 '의약품 등 유해사례'로 해당 민원을 보고했다. 그리고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 산하기관으로 의약품 부작용을 조사하는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이하 의약품안전원)에도 협조 요청을 했다. 그렇지만, 보건당국의 입장은 소극적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나마 경인지방식약청이 신고받은 날 바로 의약품을 거둬들인 게 다행이었다.

"식약처에다 물어봤더니 처음에는 자기네가 관련이 없다는 식으로 얘기하더라고, 그러면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하느냐 그랬더니 많이 발생하는 사례가 아니라는 거예요. 식약처도 뜨뜻미지근하고, 그다음에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도 자기네는 전국적인 사례만 해주지 개별적인 지역 사례는 안 해 준다고 그래서 안 되겠다. 그래서 복지부에다 얘기했어요. 얘기했더니 거기서는 왜 안 해 주느냐, 식약처에서 해야 하는데 왜 안 해 주느냐? 그래서 복지부에서 식약처로 지시가 떨어진 것 같아요."

- 당시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보건소 담당자


겨우 성사된 역학조사도 삐걱대는 건 마찬가지였다. 부작용의 원인이 무엇인지 밝히려면 유전자 분석을 할 수 있는 질병관리본부가 동참해야 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마침 중동호흡기증후군, MERS 사태가 확산하던 시점이었다. 모두 1번 환자의 MERS 확진 여부에 눈과 귀를 모은 상황이었고, 질병관리본부는 지역 의원에서 발생한 주사제 부작용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관들이 메르스 때문에 대응이 정말로 너무 바쁘셨고, 그래서 그때는 못 나갔었고, 그래서 (유전자) 검사가 가능하다면 요청을 했겠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이었어요.”

- 당시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 역학조사관


■ 반쪽짜리 역학조사…'약 부작용 아니고 감염이다'

2015년 5월 19일 의약품안전원과 수정구 보건소는 주사제 부작용이 발생한 의원에 대해 현장조사를 했다. 신고한 지 나흘 만이다. 이후 조사단은 인근 병원에 분산 입원한 환자들을 중심으로 역학조사를 이어갔다.

역학조사 과정에서 부작용의 원인을 짐작할 수 있는 결과가 나왔다. 환자 6명의 검체에서 황색포도상구균이 나온 것이다. 환자들에게 주사를 놓은 병원에서 조제한 혼합 주사액에서도 같은 균이 검출됐다. 가능성은 크게 2가지였다. 제조할 때 이미 오염된 약제가 부작용을 일으켰을 수도 있고, 문제없는 약제를 혼합하고 보관하는 과정에서 혼합 주사액이 오염돼 부작용을 일으켰을 수도 있다.

조사단은 혼합 주사액에 투여된 약제가 제조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는지 조사했다. 모든 약제는 부작용 발생 시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일정량을 제조사가 보관하고 있다. 조사단은 해당 약제들을 투여했을 때 유사한 부작용이 있었는지, 제조사가 보관한 같은 제품에서 문제의 균이 검출되는지 확인했다. 그렇지만, 모두 문제가 없었다.

남은 가능성은 약제를 혼합하고 보관하는 과정에서 황색포도상구균이 들어간 것이다. 이를 확인하려면 환자의 몸에서 나온 균과 혼합 주사액에서 나온 균이 같은지 유전자 분석을 해야 했다. 그러나 유전자 분석은 의약품안전원의 역량을 넘어서는 일이었다. 질병관리본부의 협조가 필요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결국, 역학조사 보고서는 명확한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 환자들의 검체와 혼합 주사액 내 황색포도상구균이 동일 감염원인지 검사가 시행되지 않아 결론 내리기에 한계점이 있다고 밝혔다. 식약처와 의약품안전원의 소관 업무인 '약의 부작용'이 아니라는 것만 밝힌 셈이다.

■ 오염된 주사 놓았던 의사들의 입장

감염사고 발생 당시 함께 일했던 원장과 부원장은 현재 각기 다른 곳에서 자신의 의원을 운영하고 있다. 취재진은 두 사람을 모두 만나 당시 상황을 물었다.

사고 당시 원장은 "증거는 없지만, 주사제 제조 과정에서 황색포도상구균이 대량으로 들어갔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제약회사 영업사원 탓을 했다. 원장은 "주사약을 미리 만들어 놓아도 되는지 제약회사 영업사원에게 물어봤다니 전혀 문제없다고 했다"며 "문제가 발생한 뒤 제약회사에 따졌더니 회사가 인정하지 않더라"고 억울해했다.

지금은 독립한 부원장은 더욱 강경한 태도를 드러냈다. 부원장은 "저희 생각으로는 주사제에 문제가 있었다"며 "제약 회사에서 수를 쓴 거 아닌가, 이런 생각까지 했다"고 말했다.

■ '솜방망이' 징계, '형식적' 수사

환자 25명이 집단감염됐지만, 제대로 된 처분이나 처벌은 없었다. 성남시 수정구 보건소는 해당 의원 간호조무사 증언을 토대로 해당 의원에 대해 '시정 조치' 명령을 내렸다. 시정 조치는 당시 법령 규칙상 감염관리가 부실할 때 보건 당국이 의원에 내릴 수 있는 최고의 조치였다. 보건소 담당자는 "그냥 잘하라는 뜻의 경고 정도"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대신 보건소는 의사들을 약사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약사법에서는 의사나 약사가 주사제 조제를 하게 돼 있는데, 해당 의원은 간호조무사에게 조제를 대신하게 했으니 위반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경찰의 판단은 달랐다. 증거불충분으로 사건을 마무리했다. 수정경찰서 소속 당시 담당자는 "오래전 일이어서 기억나지 않는다"며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

■ 보건당국이 외면한 환자와 과제

두 명의 의사에게 주사를 맞았던 피해 환자 25명의 평균 나이는 당시 59살이다. 당뇨와 고혈압, 폐결핵 같은 질환을 앓는 장년층이다. 감염 이후 합병증이나 치료 이후 후유증이 발생할 수 있는 환자가 많았다.

그러나 역학조사를 했던 의약품안전원은 일부 환자의 증상을 확인하지 않았다. 해당 환자들은 감염사고를 일으킨 의원에서 통원치료를 받은 환자들이다. 당시 역학조사 보고서는 "통원치료를 받은 9명에 대한 의무기록을 확인"했지만, "의무기록 정보 부족으로 이상 사례 증상 파악 못 함"이라고 적었다. 의약품안전원은 환자들의 주민등록번호와 연락처까지 수집했지만, 어떤 상태인지 확인하지도 않았다.

게다가 보건당국은 병원 내 감염 가능성을 확인하고도 사실상 문제를 덮었다. 당시 대처를 이후 발생한 다나 의원, 원주 한양정형외과, 서울 현대의원 사건과 비교해 보면 문제점을 알 수 있다. 보건복지부는 다나 의원 사건이 발생하자 1,055명의 환자에게 C형 간염 확인 검사를 해 78명이 항체 양성자임을 확인했다. 양천구 보건소도 다나 의원을 다녀간 2,268명 중 2,257명의 연락처를 확보해 2,050명에게 검사를 안내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원주 한양정형외과에서 주사나 시술을 받은 환자 15,443명을 대상으로 C형 간염 등 혈액 매개 감염병 확인검사를 해 검사를 받은 1,545명 중 217명이 C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을 확인했다. 또, 서울현대의원 내원자 10,445명 중 7,303명에 대해 C형 간염 검사를 완료했고, 335명이 C형 간염 항체 양성자인 것을 확인했다.

통증 의원은 신경차단술을 시술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주사제를 혼합해 사용한다. 혼합과정에서 감염관리가 안 됐다면 2015년 5월에 발생한 한 건의 사고뿐만 아니라 모르고 지나갔을 다른 사고가 있을 수도 있다. 따라서 보건당국은 해당 의원을 다녀간 환자를 대상으로 다른 감염증이나 합병증, 후유증 여부를 확인할 역학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있었다.

취재진은 보건당국이 외면했던 환자들의 피해를 파악하기 위해 수소문했다. 성남시에 협조를 요청했지만, 승낙을 받지는 못했다. 이에 환자 25명이 분산돼 치료를 받은 인근 7개 의료기관에도 방문하거나 전화해 협조를 구했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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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0-20 15:12:41
    • 수정2019-10-21 13:44:17
    탐사K
■ "주사를 맞았는데 이상증세가 발현됐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1번 환자가 확진 받기 닷새 전이었다. 2015년 5월 15일,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보건소로 한 남성이 전화를 걸었다. 수정구의 한 마취통증의학과 의원에서 오른쪽 팔꿈치에 주사를 맞았는데 붓고, 열이 나고, 아프다는 내용이었다.
"주사를 맞았는데 이상증세가 발현됐다고 민원을 제기한 거죠. 신고자만 그런 게 아니고, 주사 맞고 이상증세가 있어서 입원실이 있는 다른 병원으로 여기저기 막 갔더라고요. 병원 가서 여기서 주사 맞은 사람이 누군지 입원한 사람이 누군지 파악했더니 15명 정도 된 거죠." - 당시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보건소 담당자
피해자는 사흘 뒤 모두 25명으로 늘었다. 인근 병원 7곳에 입원한 환자만 16명이다. 이 가운데 9명은 주사를 맞은 어깨와 무릎, 팔꿈치 부위에 고름이 차올라 환부를 도려내는 수술까지 받았다. 모두 같은 의원에서 의사 2명에게 신경차단술을 시술받은 환자들이었다. 시술에 사용된 약제는 국소마취제와 아미노산 주사제, 생리식염수의 혼합액이었다. 같은 주사를 맞은 환자는 모두 49명, 이중 절반에서 부작용이 발생한 셈이다. ■ 시작부터 삐걱댔던 보건당국의 역학조사 보건소 담당자는 경인지방식약청에 '의약품 등 유해사례'로 해당 민원을 보고했다. 그리고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 산하기관으로 의약품 부작용을 조사하는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이하 의약품안전원)에도 협조 요청을 했다. 그렇지만, 보건당국의 입장은 소극적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나마 경인지방식약청이 신고받은 날 바로 의약품을 거둬들인 게 다행이었다.
"식약처에다 물어봤더니 처음에는 자기네가 관련이 없다는 식으로 얘기하더라고, 그러면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하느냐 그랬더니 많이 발생하는 사례가 아니라는 거예요. 식약처도 뜨뜻미지근하고, 그다음에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도 자기네는 전국적인 사례만 해주지 개별적인 지역 사례는 안 해 준다고 그래서 안 되겠다. 그래서 복지부에다 얘기했어요. 얘기했더니 거기서는 왜 안 해 주느냐, 식약처에서 해야 하는데 왜 안 해 주느냐? 그래서 복지부에서 식약처로 지시가 떨어진 것 같아요." - 당시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보건소 담당자
겨우 성사된 역학조사도 삐걱대는 건 마찬가지였다. 부작용의 원인이 무엇인지 밝히려면 유전자 분석을 할 수 있는 질병관리본부가 동참해야 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마침 중동호흡기증후군, MERS 사태가 확산하던 시점이었다. 모두 1번 환자의 MERS 확진 여부에 눈과 귀를 모은 상황이었고, 질병관리본부는 지역 의원에서 발생한 주사제 부작용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관들이 메르스 때문에 대응이 정말로 너무 바쁘셨고, 그래서 그때는 못 나갔었고, 그래서 (유전자) 검사가 가능하다면 요청을 했겠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이었어요.” - 당시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 역학조사관
■ 반쪽짜리 역학조사…'약 부작용 아니고 감염이다' 2015년 5월 19일 의약품안전원과 수정구 보건소는 주사제 부작용이 발생한 의원에 대해 현장조사를 했다. 신고한 지 나흘 만이다. 이후 조사단은 인근 병원에 분산 입원한 환자들을 중심으로 역학조사를 이어갔다. 역학조사 과정에서 부작용의 원인을 짐작할 수 있는 결과가 나왔다. 환자 6명의 검체에서 황색포도상구균이 나온 것이다. 환자들에게 주사를 놓은 병원에서 조제한 혼합 주사액에서도 같은 균이 검출됐다. 가능성은 크게 2가지였다. 제조할 때 이미 오염된 약제가 부작용을 일으켰을 수도 있고, 문제없는 약제를 혼합하고 보관하는 과정에서 혼합 주사액이 오염돼 부작용을 일으켰을 수도 있다. 조사단은 혼합 주사액에 투여된 약제가 제조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는지 조사했다. 모든 약제는 부작용 발생 시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일정량을 제조사가 보관하고 있다. 조사단은 해당 약제들을 투여했을 때 유사한 부작용이 있었는지, 제조사가 보관한 같은 제품에서 문제의 균이 검출되는지 확인했다. 그렇지만, 모두 문제가 없었다. 남은 가능성은 약제를 혼합하고 보관하는 과정에서 황색포도상구균이 들어간 것이다. 이를 확인하려면 환자의 몸에서 나온 균과 혼합 주사액에서 나온 균이 같은지 유전자 분석을 해야 했다. 그러나 유전자 분석은 의약품안전원의 역량을 넘어서는 일이었다. 질병관리본부의 협조가 필요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결국, 역학조사 보고서는 명확한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 환자들의 검체와 혼합 주사액 내 황색포도상구균이 동일 감염원인지 검사가 시행되지 않아 결론 내리기에 한계점이 있다고 밝혔다. 식약처와 의약품안전원의 소관 업무인 '약의 부작용'이 아니라는 것만 밝힌 셈이다. ■ 오염된 주사 놓았던 의사들의 입장 감염사고 발생 당시 함께 일했던 원장과 부원장은 현재 각기 다른 곳에서 자신의 의원을 운영하고 있다. 취재진은 두 사람을 모두 만나 당시 상황을 물었다. 사고 당시 원장은 "증거는 없지만, 주사제 제조 과정에서 황색포도상구균이 대량으로 들어갔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제약회사 영업사원 탓을 했다. 원장은 "주사약을 미리 만들어 놓아도 되는지 제약회사 영업사원에게 물어봤다니 전혀 문제없다고 했다"며 "문제가 발생한 뒤 제약회사에 따졌더니 회사가 인정하지 않더라"고 억울해했다. 지금은 독립한 부원장은 더욱 강경한 태도를 드러냈다. 부원장은 "저희 생각으로는 주사제에 문제가 있었다"며 "제약 회사에서 수를 쓴 거 아닌가, 이런 생각까지 했다"고 말했다. ■ '솜방망이' 징계, '형식적' 수사 환자 25명이 집단감염됐지만, 제대로 된 처분이나 처벌은 없었다. 성남시 수정구 보건소는 해당 의원 간호조무사 증언을 토대로 해당 의원에 대해 '시정 조치' 명령을 내렸다. 시정 조치는 당시 법령 규칙상 감염관리가 부실할 때 보건 당국이 의원에 내릴 수 있는 최고의 조치였다. 보건소 담당자는 "그냥 잘하라는 뜻의 경고 정도"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대신 보건소는 의사들을 약사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약사법에서는 의사나 약사가 주사제 조제를 하게 돼 있는데, 해당 의원은 간호조무사에게 조제를 대신하게 했으니 위반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경찰의 판단은 달랐다. 증거불충분으로 사건을 마무리했다. 수정경찰서 소속 당시 담당자는 "오래전 일이어서 기억나지 않는다"며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 ■ 보건당국이 외면한 환자와 과제 두 명의 의사에게 주사를 맞았던 피해 환자 25명의 평균 나이는 당시 59살이다. 당뇨와 고혈압, 폐결핵 같은 질환을 앓는 장년층이다. 감염 이후 합병증이나 치료 이후 후유증이 발생할 수 있는 환자가 많았다. 그러나 역학조사를 했던 의약품안전원은 일부 환자의 증상을 확인하지 않았다. 해당 환자들은 감염사고를 일으킨 의원에서 통원치료를 받은 환자들이다. 당시 역학조사 보고서는 "통원치료를 받은 9명에 대한 의무기록을 확인"했지만, "의무기록 정보 부족으로 이상 사례 증상 파악 못 함"이라고 적었다. 의약품안전원은 환자들의 주민등록번호와 연락처까지 수집했지만, 어떤 상태인지 확인하지도 않았다. 게다가 보건당국은 병원 내 감염 가능성을 확인하고도 사실상 문제를 덮었다. 당시 대처를 이후 발생한 다나 의원, 원주 한양정형외과, 서울 현대의원 사건과 비교해 보면 문제점을 알 수 있다. 보건복지부는 다나 의원 사건이 발생하자 1,055명의 환자에게 C형 간염 확인 검사를 해 78명이 항체 양성자임을 확인했다. 양천구 보건소도 다나 의원을 다녀간 2,268명 중 2,257명의 연락처를 확보해 2,050명에게 검사를 안내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원주 한양정형외과에서 주사나 시술을 받은 환자 15,443명을 대상으로 C형 간염 등 혈액 매개 감염병 확인검사를 해 검사를 받은 1,545명 중 217명이 C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을 확인했다. 또, 서울현대의원 내원자 10,445명 중 7,303명에 대해 C형 간염 검사를 완료했고, 335명이 C형 간염 항체 양성자인 것을 확인했다. 통증 의원은 신경차단술을 시술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주사제를 혼합해 사용한다. 혼합과정에서 감염관리가 안 됐다면 2015년 5월에 발생한 한 건의 사고뿐만 아니라 모르고 지나갔을 다른 사고가 있을 수도 있다. 따라서 보건당국은 해당 의원을 다녀간 환자를 대상으로 다른 감염증이나 합병증, 후유증 여부를 확인할 역학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있었다. 취재진은 보건당국이 외면했던 환자들의 피해를 파악하기 위해 수소문했다. 성남시에 협조를 요청했지만, 승낙을 받지는 못했다. 이에 환자 25명이 분산돼 치료를 받은 인근 7개 의료기관에도 방문하거나 전화해 협조를 구했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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