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K] R&D 노린 브로커 ‘활개’…줄줄 새는 연구개발 예산

입력 2019.09.13 (21:26) 수정 2019.09.13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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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일본의 수출규제를 계기로 KBS는 우리 부품·소재 산업을 진단해보고 있습니다.

정부가 앞으로 5년 동안 부품·소재 연구개발에 5조 원이 넘는 예산을 쏟아붓기로 했죠.

벌써부터 브로커들이 활개를 치고 있습니다.

예산을 따내준다며 고액의 컨설팅 비용을 요구하고, 가짜 연구소를 만드는 방법까지 알려준다고 합니다.

탐사보도부 김효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대전의 한 주택가 상가.

좁은 복도를 지나자 허름한 사무실이 나타납니다.

정부의 연구개발 예산을 대신 따준다는 브로커 업체입니다.

[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서류 착수금이 50만 원이고요. 그리고 서류 통과가 50만 원. 그리고 채용됐을 때 정부 지원금의 6%(주셔야 돼요)."]

가짜 연구소를 만드는 법도 알려줍니다.

[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회사 안에 방 한 칸을 연구소로 하시면 돼요. (상관 없는 거예요?) (현장 실사) 나올 때만 이제 그 쪽에서 약간 머무르시거나 이렇게 하시면 돼요."]

서울의 다른 업체.

이미 연구개발 비용을 받은 과제로도 서류만 잘 꾸미면 다른 예산을 중복으로 받을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그냥 받는 데는 받아요. 못 받는 데는 계속 못 받고요. 공식이라는 게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과제 내용을) 40%만 바꿔가지고 내면 솔직히 알 수가 없어요."]

자신들이 중소벤처기업부의 연구개발 평가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고 강조합니다.

[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평가요원으로 나갈 때도 있어요. 끝나고 나서 저희끼리 또 얘기하는 거는 '쟤 내 후배네? 이번에 별거 없으니까 여기 한번 밀어주시죠' 이렇게..."]

보험 설계사들까지 연구개발 예산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보험 설계사들이 주요 회원인 인터넷 카페에서는 고액의 연구개발 사업을 따내는 컨설팅 특강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컨설팅은 보험영업에 활용됩니다.

연구개발 지원서류를 대신 꾸며주고 그 댓가로 고액의 보험에 가입시키는 이른바 '꺾기' 영업을 하는 겁니다.

[보험 설계사/음성변조 : "(보험으로 하면 서류 작성 비용을 갈음할 수 있는 거죠?) 네 갈음할 수 있습니다. 보장성 보험으로 하면 월 100만 원이고요."]

하지만 처벌은 쉽지 않습니다.

관련 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해 컨설팅 업체 등 14곳을 경찰에 수사 의뢰했지만 대부분 처벌받지 않았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 담당관/음성변조 : "어느정도 보수를 받는 게 적정한 거냐... 제 3자 부당개입에 대한 기준이 엉성하게 저희가 적용하기가 한계가 있더라구요."]

소재 산업 자립의 마중물이 돼야 할 연구개발 예산이 줄줄 새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효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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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탐사K] R&D 노린 브로커 ‘활개’…줄줄 새는 연구개발 예산
    • 입력 2019-09-13 21:31:30
    • 수정2019-09-13 22:03:57
    뉴스 9
[앵커]

일본의 수출규제를 계기로 KBS는 우리 부품·소재 산업을 진단해보고 있습니다.

정부가 앞으로 5년 동안 부품·소재 연구개발에 5조 원이 넘는 예산을 쏟아붓기로 했죠.

벌써부터 브로커들이 활개를 치고 있습니다.

예산을 따내준다며 고액의 컨설팅 비용을 요구하고, 가짜 연구소를 만드는 방법까지 알려준다고 합니다.

탐사보도부 김효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대전의 한 주택가 상가.

좁은 복도를 지나자 허름한 사무실이 나타납니다.

정부의 연구개발 예산을 대신 따준다는 브로커 업체입니다.

[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서류 착수금이 50만 원이고요. 그리고 서류 통과가 50만 원. 그리고 채용됐을 때 정부 지원금의 6%(주셔야 돼요)."]

가짜 연구소를 만드는 법도 알려줍니다.

[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회사 안에 방 한 칸을 연구소로 하시면 돼요. (상관 없는 거예요?) (현장 실사) 나올 때만 이제 그 쪽에서 약간 머무르시거나 이렇게 하시면 돼요."]

서울의 다른 업체.

이미 연구개발 비용을 받은 과제로도 서류만 잘 꾸미면 다른 예산을 중복으로 받을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그냥 받는 데는 받아요. 못 받는 데는 계속 못 받고요. 공식이라는 게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과제 내용을) 40%만 바꿔가지고 내면 솔직히 알 수가 없어요."]

자신들이 중소벤처기업부의 연구개발 평가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고 강조합니다.

[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평가요원으로 나갈 때도 있어요. 끝나고 나서 저희끼리 또 얘기하는 거는 '쟤 내 후배네? 이번에 별거 없으니까 여기 한번 밀어주시죠' 이렇게..."]

보험 설계사들까지 연구개발 예산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보험 설계사들이 주요 회원인 인터넷 카페에서는 고액의 연구개발 사업을 따내는 컨설팅 특강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컨설팅은 보험영업에 활용됩니다.

연구개발 지원서류를 대신 꾸며주고 그 댓가로 고액의 보험에 가입시키는 이른바 '꺾기' 영업을 하는 겁니다.

[보험 설계사/음성변조 : "(보험으로 하면 서류 작성 비용을 갈음할 수 있는 거죠?) 네 갈음할 수 있습니다. 보장성 보험으로 하면 월 100만 원이고요."]

하지만 처벌은 쉽지 않습니다.

관련 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해 컨설팅 업체 등 14곳을 경찰에 수사 의뢰했지만 대부분 처벌받지 않았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 담당관/음성변조 : "어느정도 보수를 받는 게 적정한 거냐... 제 3자 부당개입에 대한 기준이 엉성하게 저희가 적용하기가 한계가 있더라구요."]

소재 산업 자립의 마중물이 돼야 할 연구개발 예산이 줄줄 새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효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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