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국회 앞에 수십 마리 개…머무는 까닭은?

입력 2019.06.27 (08:32) 수정 2019.06.27 (09:09)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기자]

지금 제가 서있는 이곳에서 500여 미터 떨어진 국회의사당 맞은편, 이곳에 수십 마리의 개들이 살고 있다는 걸 혹시 알고 계셨습니까?

이곳을 자주 지나다니는 직장인들도 눈여겨 보지 않으면 좀처럼 알수 없는데요.

개들은 왜 국회 앞에 오게 됐을까요?

지금부터 함께 가보시죠.

[리포트]

국회 앞 차도 한가운데 자리한 교통섬.

언제부터인가 이곳에선 개 짖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인근 상인/음성변조 : "나는 뭐 국회에 대해서 불만이 있는 사람이 일부러 개 짖는 녹음을 틀어놓은 줄 알았어. 그게 항상 저녁 6시, 5시 되면 개소리가 들려요."]

[인근 상인/음성변조 : "궁금하긴 궁금하죠. 왜 개를 저기에 데리고 왔나 하고 궁금하긴 궁금한데..."]

개들이 있다는 현수막 안쪽으로 들어가봤습니다.

펜스 안쪽으로 들어가면 천막이 늘어서 있고, 수십 개의 견사와 개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요.

모두 경남 양산에서 올라온 개들입니다.

[애니/동물 활동가 : "개 농장에서 발견이 됐어요. 개 농장이 있는 장소가 산업 용지로 토지 변경이 돼버리는 바람에 가축 사육이 아예 제한이 돼서 무조건 그곳을 떠나야 하는 개들이었거든요."]

곰팡이 핀 라면 죽으로 연명하던 개들은 참혹한 상태였습니다.

[애니/동물 활동가 : "피부병이 정말 많았고요. 그리고 강아지들한테 되게 치명적인 심장사상충이라는 병이 있어요. 각혈까지 하고 복수가 차면서 죽는 그런 병이에요. 그런 병에 걸려있는 개들도 되게 많았었고 그리고 영양실조, 영양 부족으로 갈비뼈가 앙상하게 드러나 있고..."]

좁은 철장에 갖힌 채 갖은 질병과 굶주림에 시달리던 65마리 개들의 사연은 SNS를 통해 알려지게 됐습니다.

딱한 사정에 안타까워하던 한 독지가가 사비를 들여 개들을 사들였는데요.

그런데, 그 이후가 문제였습니다. 개들을 사들여 구조한 뒤, 보호소로 보내려했는데, 그럴 수가 없었던 겁니다.

[애니/동물 활동가 : "지자체 보호소에서는 "이 개들은 유기 동물이 아니다. 엄연히 주인이 있는 개들이기 때문에 입소를 할 수가 없다." 그렇게 이야기가 나왔고 동물 단체들도 그 단체들이 하는 구조들이 많고 보호소들이 다 포화상태이기 때문에 전혀 갈 곳이 없었어요."]

그렇게 상경해 자리를 잡은게 지난달 10일 이곳 국회 앞 입니다.

참혹한 환경에서 구조된 개들은 당시의 상처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피를 쏟으며 경련해 병원에 보낸 개도 있고, 오랫동안 철장에 갇혀 생활을 하다보니 발가락 자체가 변형되기 되기도 했습니다.

[애니/동물 활동가 : "뜬장에서 너무 오랫동안 생활을 하다 보면 개들이 일단 발이 휘는 경우도 있고..."]

이런 사정이 SNS를 통해 알려지면서 자원봉사자들이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밤에도 텐트를 치고 이곳을 지키며 24시간 조를 짜 개들을 돌보고 있는데요.

[구현정/자원봉사자 : "개를 봐야지 이런 생각으로 왔다가 너무 안쓰러워서 한 마리라도 더 치워주고 싶다는 생각에 계속 눌러앉게 됐습니다."]

[노고운/자원봉사자 : "똥을 치워줘야 되는데 나오지를 못하더라고요. 너무 두려움이 커서. 그래서 그 강아지를 보고 너무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고 어떻게든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이 더 크게 들었어요."]

이들의 도움으로 개들은 현재 양호한 상탭니다.

[최인영/수의사 : "분뇨 처리 부분을 깨끗이 잘하고 있어서 지금 보시는 것처럼 냄새 하나 안 나고 잘 관리가 되고 있는 것 같은데..."]

사람을 무서워하고 두려워하던 개들도 서서히 마음을 열었습니다.

[노고운/자원봉사자 : "사람이 조금만 이렇게 손을 내밀어 주니까 그걸 너무 좋아하고 마음을 금방 열더라고요. 그런데 사람들은 이렇게 강아지들을 이용하고 돈을 버는 수단으로 고기로 팔고 그렇다는 것이 정말 안타까웠어요."]

하지만, 이곳에 대한 시선이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인근 건물에서는 개짖는 소리 때문에 구청에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인근 건물 관계자/음성변조 : "여기 야근이 많아요. 야근이 막 12시, 1시까지 있는데 개들이 밤새 짖고 그러니까..."]

[인근 건물 관계자/음성변조 : "소음 때문에 새벽에 짖어 대서 그것 때문에 그런 거로 알고 있어요."]

잇따른 민원에 관할 구청에서도 내버려 둘 수만은 없다는 입장입니다.

[구청 관계자/음성변조 : "혹시 훼손된 게 많이 있나 보러 왔어요."]

다음달인 7월 12일까지 철거를 요청한 상탠데요.

현재, 병원에서 치료를 받거나 임시 보호소로 간 개들을 제외하고 현재 이곳에 남은 개들은 25마리.

대부분은 그나마 국내가 아닌 해외 입양처가 정해졌다고 합니다. 다만, 비용 문제로 시간이 걸리는 상황입니다.

[노고운/자원봉사자 : "입양처에 갈 때까지 이 강아지들이 다른 곳에 갈 데가 없어서 여기 있는 거니까 조금만 양해를 해주시고..."]

무엇보다 이들은 이번과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구출된 개들을 위한 법적 근거 마련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애니/동물 활동가 :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개들이 구조 동물들이거든요. 구조 동물은 소유권자가 있기 때문에 갈 곳이 아무 데도 없고 그 구조자가 모든 책임을 지지 않으면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해결 방안을 바로는 아니더라도 방안을 모색하는 논의를 시작이라도 해주든지..."]

반려동물 등을 위한 동물보호법은 갈수록 강화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구조와 도움의 손길이 더 필요한 불법 개농장의 개들은 구조와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뉴스 따라잡기] 국회 앞에 수십 마리 개…머무는 까닭은?
    • 입력 2019-06-27 08:34:40
    • 수정2019-06-27 09:09:51
    아침뉴스타임
[기자]

지금 제가 서있는 이곳에서 500여 미터 떨어진 국회의사당 맞은편, 이곳에 수십 마리의 개들이 살고 있다는 걸 혹시 알고 계셨습니까?

이곳을 자주 지나다니는 직장인들도 눈여겨 보지 않으면 좀처럼 알수 없는데요.

개들은 왜 국회 앞에 오게 됐을까요?

지금부터 함께 가보시죠.

[리포트]

국회 앞 차도 한가운데 자리한 교통섬.

언제부터인가 이곳에선 개 짖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인근 상인/음성변조 : "나는 뭐 국회에 대해서 불만이 있는 사람이 일부러 개 짖는 녹음을 틀어놓은 줄 알았어. 그게 항상 저녁 6시, 5시 되면 개소리가 들려요."]

[인근 상인/음성변조 : "궁금하긴 궁금하죠. 왜 개를 저기에 데리고 왔나 하고 궁금하긴 궁금한데..."]

개들이 있다는 현수막 안쪽으로 들어가봤습니다.

펜스 안쪽으로 들어가면 천막이 늘어서 있고, 수십 개의 견사와 개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요.

모두 경남 양산에서 올라온 개들입니다.

[애니/동물 활동가 : "개 농장에서 발견이 됐어요. 개 농장이 있는 장소가 산업 용지로 토지 변경이 돼버리는 바람에 가축 사육이 아예 제한이 돼서 무조건 그곳을 떠나야 하는 개들이었거든요."]

곰팡이 핀 라면 죽으로 연명하던 개들은 참혹한 상태였습니다.

[애니/동물 활동가 : "피부병이 정말 많았고요. 그리고 강아지들한테 되게 치명적인 심장사상충이라는 병이 있어요. 각혈까지 하고 복수가 차면서 죽는 그런 병이에요. 그런 병에 걸려있는 개들도 되게 많았었고 그리고 영양실조, 영양 부족으로 갈비뼈가 앙상하게 드러나 있고..."]

좁은 철장에 갖힌 채 갖은 질병과 굶주림에 시달리던 65마리 개들의 사연은 SNS를 통해 알려지게 됐습니다.

딱한 사정에 안타까워하던 한 독지가가 사비를 들여 개들을 사들였는데요.

그런데, 그 이후가 문제였습니다. 개들을 사들여 구조한 뒤, 보호소로 보내려했는데, 그럴 수가 없었던 겁니다.

[애니/동물 활동가 : "지자체 보호소에서는 "이 개들은 유기 동물이 아니다. 엄연히 주인이 있는 개들이기 때문에 입소를 할 수가 없다." 그렇게 이야기가 나왔고 동물 단체들도 그 단체들이 하는 구조들이 많고 보호소들이 다 포화상태이기 때문에 전혀 갈 곳이 없었어요."]

그렇게 상경해 자리를 잡은게 지난달 10일 이곳 국회 앞 입니다.

참혹한 환경에서 구조된 개들은 당시의 상처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피를 쏟으며 경련해 병원에 보낸 개도 있고, 오랫동안 철장에 갇혀 생활을 하다보니 발가락 자체가 변형되기 되기도 했습니다.

[애니/동물 활동가 : "뜬장에서 너무 오랫동안 생활을 하다 보면 개들이 일단 발이 휘는 경우도 있고..."]

이런 사정이 SNS를 통해 알려지면서 자원봉사자들이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밤에도 텐트를 치고 이곳을 지키며 24시간 조를 짜 개들을 돌보고 있는데요.

[구현정/자원봉사자 : "개를 봐야지 이런 생각으로 왔다가 너무 안쓰러워서 한 마리라도 더 치워주고 싶다는 생각에 계속 눌러앉게 됐습니다."]

[노고운/자원봉사자 : "똥을 치워줘야 되는데 나오지를 못하더라고요. 너무 두려움이 커서. 그래서 그 강아지를 보고 너무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고 어떻게든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이 더 크게 들었어요."]

이들의 도움으로 개들은 현재 양호한 상탭니다.

[최인영/수의사 : "분뇨 처리 부분을 깨끗이 잘하고 있어서 지금 보시는 것처럼 냄새 하나 안 나고 잘 관리가 되고 있는 것 같은데..."]

사람을 무서워하고 두려워하던 개들도 서서히 마음을 열었습니다.

[노고운/자원봉사자 : "사람이 조금만 이렇게 손을 내밀어 주니까 그걸 너무 좋아하고 마음을 금방 열더라고요. 그런데 사람들은 이렇게 강아지들을 이용하고 돈을 버는 수단으로 고기로 팔고 그렇다는 것이 정말 안타까웠어요."]

하지만, 이곳에 대한 시선이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인근 건물에서는 개짖는 소리 때문에 구청에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인근 건물 관계자/음성변조 : "여기 야근이 많아요. 야근이 막 12시, 1시까지 있는데 개들이 밤새 짖고 그러니까..."]

[인근 건물 관계자/음성변조 : "소음 때문에 새벽에 짖어 대서 그것 때문에 그런 거로 알고 있어요."]

잇따른 민원에 관할 구청에서도 내버려 둘 수만은 없다는 입장입니다.

[구청 관계자/음성변조 : "혹시 훼손된 게 많이 있나 보러 왔어요."]

다음달인 7월 12일까지 철거를 요청한 상탠데요.

현재, 병원에서 치료를 받거나 임시 보호소로 간 개들을 제외하고 현재 이곳에 남은 개들은 25마리.

대부분은 그나마 국내가 아닌 해외 입양처가 정해졌다고 합니다. 다만, 비용 문제로 시간이 걸리는 상황입니다.

[노고운/자원봉사자 : "입양처에 갈 때까지 이 강아지들이 다른 곳에 갈 데가 없어서 여기 있는 거니까 조금만 양해를 해주시고..."]

무엇보다 이들은 이번과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구출된 개들을 위한 법적 근거 마련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애니/동물 활동가 :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개들이 구조 동물들이거든요. 구조 동물은 소유권자가 있기 때문에 갈 곳이 아무 데도 없고 그 구조자가 모든 책임을 지지 않으면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해결 방안을 바로는 아니더라도 방안을 모색하는 논의를 시작이라도 해주든지..."]

반려동물 등을 위한 동물보호법은 갈수록 강화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구조와 도움의 손길이 더 필요한 불법 개농장의 개들은 구조와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