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100만 명 찾는 그 곳, 차 몰고 오는 사람은 없다!!

입력 2019.05.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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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0m 고도. 5월 도쿄의 기온이 25도까지 올라가고 있었지만, 그곳에는 코발트 빛 하늘 아래 아직도 15m나 되는 설벽이 햇살 아래 우뚝우뚝 이어지고 있었다. 연간 100만 명 이상이 찾아오는 유명 관광지.

하지만 누구도 자기 차를 가지고 오지 않는 그곳에는 어떤 비밀이 숨어 있을까?

5번은 갈아타야 하는 수고로움...그래도 사람들은 그곳에 간다.

'다테야마 구로베 알펜루트'.

일본 중북부 이른바 '기타(北) 알프스' 지역에 자리 잡고 있는 다테야마(立山)를 중심으로 한 산악 국립공원 지역을 말한다. 서쪽은 도야마현, 동쪽은 나가노현에 접해있는 다테야마는 해발 고도 3.000m를 자랑하는 일본의 3대 봉우리 중 하나다.


산이 험한 만큼 이곳까지 가는 길은 쉽지 않다. 도야마현과 나가노현 양쪽에서 올라갈 수 있는데, 어느 쪽에서 가든 5번 정도는 교통수단을 바꿔야 한다.

예를 들어 도야마 쪽에서 올라갈 경우, 도쿄에서 도야마 역까지 신칸센, 그리고 지방 철도를 이용해 산 밑 다테야마 역까지 간 뒤, 산악 궤도 열차를 타고 올라가 다시 버스로 이동해야 한다.

나가노 쪽에서 올라간다면 신칸센 → 노선 버스 → 전기 버스 → 산악 궤도 열차 → 케이블카 → 트롤리 버스의 순으로 차례로 바꿔 타야 설벽이 있는 '무로도(해발 고도 2,450m)까지 갈 수 있다. 어느 쪽으로 올라가도 만만치 않은 여정이다.

어느 정도 위치까지 차로가 쓱 둘러보고 돌아오는 여행 패턴에 익숙한 나로서는 체력적 부담과 귀찮음을 동시에 극복해야 하는 이중고. 하지만 그렇게 도착한 그곳에는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을 중심으로 외국인 관광객까지 기어코 5~6월에 펼쳐지는 설경을 보겠다며 모여든 사람들로 활기찬 분위기가 가득했다.


국립공원 지역…애초에 자동차를 들일 생각이 없었다.

설벽과 2,500m 고산 눈 평원 지역을 볼 수 있는 무로도까지 가는 데 사실 도로가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도야마 쪽에서는 차로도 올라가는 길이 잘 정비돼 있다.

하지만 '다테야마 무로도 알펜루트'에서는 정중히 '당신의 차'를 거절한다.

개인이 자신의 승용차를 이용해 갈 수 없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단체 관람객이라 할지라도 그 구간 내에서는 정해진 교통수단만을 이용할 수 있다.

알펜루트의 명물 ‘설벽’알펜루트의 명물 ‘설벽’

알펜루트는 태평양 전쟁 후 1950년대 일본의 경제 발전과 더불어 전력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다테야마(立山) 인근 해발 1,500m 협곡에 일본 최대높이의 구로베 댐을 짓기 위한 공사를 시작하면서 비롯됐다. 현장에 자재 등을 실어나르기 위한 교통기관이 필요했고 험한 지형에 극복하기 위해 산안 궤도 열차와 터널 등이 중심이 됐는데 이후 이를 전체적으로 연결해 관광에까지 이어진 것이 현재의 알펜루트다.

구로베 댐구로베 댐

댐이 완공된 뒤 한 구간 한 구간 교통수단을 추가해가며 전체 노선을 이어갈 때 가장 우선 고려된 것은 환경. 건설과 건설 후 활용 양 측면에서 모두 환경적인 요소가 최우선으로 고려됐다. 구로베다이라부터 다이칸보까지 7분간 올라가는 케이블카는 환경 피해를 줄이기 위해 중간에 기둥을 세우지 않고 끝점과 끝점만 로프로 연결하는 식이고, 다테야마(立山)와 아카자와다케(赤澤岳) 밑을 지나는 터널 내는 전부 전기버스로 운행한다.

심지어 전기버스가 운행할 수 없는 구간은 '하이브리드 버스'를 투입해 공해를 최소화했다.


고산지대의 '중부 산악국립공원' 지역에 속한 귀중한 자연환경을 보호할 생각에 개인의 차량 이용은 애초부터 염두에 두지도 않았다.

지역을 함께 살리는 대중교통

지난 1991년 147만 명이 찾는 등 매년 수많은 관람객이 찾는 알펜루트는 일본 내에서도 손꼽히는, 세계적으로도 40여 개국 2~30만 명이 찾는 관광지로 거듭났다. 특히 지역 내 이동 수단이 대중교통으로 한정되면서 관광객이 찾아오는 수혜를 지역이 직접 느낄 수 있는 것도 큰 특징이다.

교통 수단을 제공하는 곳은 '다테야마-구로베 관광 주식회사'로 현이 투자한 반 공영회사. 백만 명이 넘는 방문객이 지불하는 만만치 않은 교통비(편도로 일주하는 데 10만 원 이상의 교통비가 소요된다)는 모두 고스란히 지역의 몫이 됐다. 다테야마 구로베 관광 주식회사의 오타니 이사는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게 하면서 관광객을 조절할 수 있는 역할도 하게 돼 사실 이 구간 내는 쓰레기 하나 찾아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루트내 교통 기관의 특징을 설명하고 있는 오타니 이사루트내 교통 기관의 특징을 설명하고 있는 오타니 이사

여기에 교통수단을 갈아타는 이른바 정거장마다 지역 특산물을 파는 상점들이 배치돼 관광객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사람은 오지만 돈은 돌지 않는다는 요즘 유명 관광지의 고민은 적어도 '알펜루트'에서는 통하지 않는 말이다. 덴데츠도야마역의 사카모토 역장은 "운영이 어려울 수밖에 없는 지역 철도회사지만 관광객들이 '알펜루트' 접근을 위해 지방 철도를 이용하면서 지역 경제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상식이 돼가는 국립공원 '무(無) 자동차 정책'


여기서 이런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게끔 한 건, 다테야마(立山) 지역이 해발 2,000m이상의 워낙 고원 지대로 도로 사정이 여의치 않기 때문 아니냐고.

하지만 일본에서는 국립공원 지역 내에 개인이 차를 가지고 갈 수 없게 하고 정해진 대중교통 수단만을 이용하도록 하는 곳이 꽤 있다. 해발 1,500m 고지에 있는 분지형 협곡에 펼쳐진 하천 생태계를 즐길 수 있는 가미코지(上高地)의 경우도 산 아래 접근 도로 입구에 분산된 주차장에 차를 세운 뒤 정해진 노선버스를 타고 올라가야 한다. 군마, 후쿠시마, 니가타, 도치기의 4개 현에 걸쳐진 고원에 남북 2km, 동서 6km의 광대한 습원이 펼쳐진 오제(尾瀬)의 경우도 각 방면에서 올라오는 길이 여럿이지만 어느 정도 거리에서부터는 올라가기 위해 정해진 버스를 타고 적어도 30분 이상은 이동해야 갈 수 있다.

물론 이들 지역에서 이용해야 하는 노선버스는 모두 지역의 버스 회사임은 말할 것도 없다. 귀중한 자연을 보호하면서 지역에도 도움이 되는 다 차원적인 정책이고, 여기에 이러한 곳을 찾는 사람들도 조금의 불편을 감수하며 대승적으로 호응한다.

"내 차 몰고는 못 간다." 그게 상식이 되니 좋은 일이 많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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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리포트] 100만 명 찾는 그 곳, 차 몰고 오는 사람은 없다!!
    • 입력 2019-05-19 07:00:06
    특파원 리포트
2,500m 고도. 5월 도쿄의 기온이 25도까지 올라가고 있었지만, 그곳에는 코발트 빛 하늘 아래 아직도 15m나 되는 설벽이 햇살 아래 우뚝우뚝 이어지고 있었다. 연간 100만 명 이상이 찾아오는 유명 관광지.

하지만 누구도 자기 차를 가지고 오지 않는 그곳에는 어떤 비밀이 숨어 있을까?

5번은 갈아타야 하는 수고로움...그래도 사람들은 그곳에 간다.

'다테야마 구로베 알펜루트'.

일본 중북부 이른바 '기타(北) 알프스' 지역에 자리 잡고 있는 다테야마(立山)를 중심으로 한 산악 국립공원 지역을 말한다. 서쪽은 도야마현, 동쪽은 나가노현에 접해있는 다테야마는 해발 고도 3.000m를 자랑하는 일본의 3대 봉우리 중 하나다.


산이 험한 만큼 이곳까지 가는 길은 쉽지 않다. 도야마현과 나가노현 양쪽에서 올라갈 수 있는데, 어느 쪽에서 가든 5번 정도는 교통수단을 바꿔야 한다.

예를 들어 도야마 쪽에서 올라갈 경우, 도쿄에서 도야마 역까지 신칸센, 그리고 지방 철도를 이용해 산 밑 다테야마 역까지 간 뒤, 산악 궤도 열차를 타고 올라가 다시 버스로 이동해야 한다.

나가노 쪽에서 올라간다면 신칸센 → 노선 버스 → 전기 버스 → 산악 궤도 열차 → 케이블카 → 트롤리 버스의 순으로 차례로 바꿔 타야 설벽이 있는 '무로도(해발 고도 2,450m)까지 갈 수 있다. 어느 쪽으로 올라가도 만만치 않은 여정이다.

어느 정도 위치까지 차로가 쓱 둘러보고 돌아오는 여행 패턴에 익숙한 나로서는 체력적 부담과 귀찮음을 동시에 극복해야 하는 이중고. 하지만 그렇게 도착한 그곳에는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을 중심으로 외국인 관광객까지 기어코 5~6월에 펼쳐지는 설경을 보겠다며 모여든 사람들로 활기찬 분위기가 가득했다.


국립공원 지역…애초에 자동차를 들일 생각이 없었다.

설벽과 2,500m 고산 눈 평원 지역을 볼 수 있는 무로도까지 가는 데 사실 도로가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도야마 쪽에서는 차로도 올라가는 길이 잘 정비돼 있다.

하지만 '다테야마 무로도 알펜루트'에서는 정중히 '당신의 차'를 거절한다.

개인이 자신의 승용차를 이용해 갈 수 없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단체 관람객이라 할지라도 그 구간 내에서는 정해진 교통수단만을 이용할 수 있다.

알펜루트의 명물 ‘설벽’
알펜루트는 태평양 전쟁 후 1950년대 일본의 경제 발전과 더불어 전력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다테야마(立山) 인근 해발 1,500m 협곡에 일본 최대높이의 구로베 댐을 짓기 위한 공사를 시작하면서 비롯됐다. 현장에 자재 등을 실어나르기 위한 교통기관이 필요했고 험한 지형에 극복하기 위해 산안 궤도 열차와 터널 등이 중심이 됐는데 이후 이를 전체적으로 연결해 관광에까지 이어진 것이 현재의 알펜루트다.

구로베 댐
댐이 완공된 뒤 한 구간 한 구간 교통수단을 추가해가며 전체 노선을 이어갈 때 가장 우선 고려된 것은 환경. 건설과 건설 후 활용 양 측면에서 모두 환경적인 요소가 최우선으로 고려됐다. 구로베다이라부터 다이칸보까지 7분간 올라가는 케이블카는 환경 피해를 줄이기 위해 중간에 기둥을 세우지 않고 끝점과 끝점만 로프로 연결하는 식이고, 다테야마(立山)와 아카자와다케(赤澤岳) 밑을 지나는 터널 내는 전부 전기버스로 운행한다.

심지어 전기버스가 운행할 수 없는 구간은 '하이브리드 버스'를 투입해 공해를 최소화했다.


고산지대의 '중부 산악국립공원' 지역에 속한 귀중한 자연환경을 보호할 생각에 개인의 차량 이용은 애초부터 염두에 두지도 않았다.

지역을 함께 살리는 대중교통

지난 1991년 147만 명이 찾는 등 매년 수많은 관람객이 찾는 알펜루트는 일본 내에서도 손꼽히는, 세계적으로도 40여 개국 2~30만 명이 찾는 관광지로 거듭났다. 특히 지역 내 이동 수단이 대중교통으로 한정되면서 관광객이 찾아오는 수혜를 지역이 직접 느낄 수 있는 것도 큰 특징이다.

교통 수단을 제공하는 곳은 '다테야마-구로베 관광 주식회사'로 현이 투자한 반 공영회사. 백만 명이 넘는 방문객이 지불하는 만만치 않은 교통비(편도로 일주하는 데 10만 원 이상의 교통비가 소요된다)는 모두 고스란히 지역의 몫이 됐다. 다테야마 구로베 관광 주식회사의 오타니 이사는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게 하면서 관광객을 조절할 수 있는 역할도 하게 돼 사실 이 구간 내는 쓰레기 하나 찾아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루트내 교통 기관의 특징을 설명하고 있는 오타니 이사
여기에 교통수단을 갈아타는 이른바 정거장마다 지역 특산물을 파는 상점들이 배치돼 관광객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사람은 오지만 돈은 돌지 않는다는 요즘 유명 관광지의 고민은 적어도 '알펜루트'에서는 통하지 않는 말이다. 덴데츠도야마역의 사카모토 역장은 "운영이 어려울 수밖에 없는 지역 철도회사지만 관광객들이 '알펜루트' 접근을 위해 지방 철도를 이용하면서 지역 경제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상식이 돼가는 국립공원 '무(無) 자동차 정책'


여기서 이런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게끔 한 건, 다테야마(立山) 지역이 해발 2,000m이상의 워낙 고원 지대로 도로 사정이 여의치 않기 때문 아니냐고.

하지만 일본에서는 국립공원 지역 내에 개인이 차를 가지고 갈 수 없게 하고 정해진 대중교통 수단만을 이용하도록 하는 곳이 꽤 있다. 해발 1,500m 고지에 있는 분지형 협곡에 펼쳐진 하천 생태계를 즐길 수 있는 가미코지(上高地)의 경우도 산 아래 접근 도로 입구에 분산된 주차장에 차를 세운 뒤 정해진 노선버스를 타고 올라가야 한다. 군마, 후쿠시마, 니가타, 도치기의 4개 현에 걸쳐진 고원에 남북 2km, 동서 6km의 광대한 습원이 펼쳐진 오제(尾瀬)의 경우도 각 방면에서 올라오는 길이 여럿이지만 어느 정도 거리에서부터는 올라가기 위해 정해진 버스를 타고 적어도 30분 이상은 이동해야 갈 수 있다.

물론 이들 지역에서 이용해야 하는 노선버스는 모두 지역의 버스 회사임은 말할 것도 없다. 귀중한 자연을 보호하면서 지역에도 도움이 되는 다 차원적인 정책이고, 여기에 이러한 곳을 찾는 사람들도 조금의 불편을 감수하며 대승적으로 호응한다.

"내 차 몰고는 못 간다." 그게 상식이 되니 좋은 일이 많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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