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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짊어질 잠수병…국가한테 버려진 세월호 민간 잠수사들
입력 2019.04.22 (07:01) 취재K
평생 짊어질 잠수병…국가한테 버려진 세월호 민간 잠수사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하자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영웅들이 있습니다.

평소에 주로 바다나 강 등 수중 공사현장 등에서 잠수를 하는 산업잠수사로 일하던 숙련된 민간 잠수사들입니다. 참사 직후부터 시신 수습이 마무리되는 두 달여간 끝까지 현장을 지킨 민간잠수사들은 모두 25명. 이들 덕분에 희생자 299구 중 235구가 바다 위로 올라와 애타게 기다리던 가족의 품에 안길 수 있었습니다.

민간 잠수사 한재명씨가 통증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민간 잠수사 한재명씨가 통증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골괴사 등 잠수병으로 생업 잃어…구직 활동하다 부상까지

그런데 세월호 참사의 숨은 영웅이라는 찬사를 받았던 것은 잠시 뿐.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 잠수사들에게 남은 것은 치명적인 부상과 무너진 일상입니다.

세월호 민간잠수사 25명 가운데 한 명인 한재명(43) 씨는 요즘 일주일에 2차례 이상 통증의학과를 방문해 도수치료와 약물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 당시 무리한 수습 활동으로 어깨와 골반에 혈액순환에 장애가 생겨 뼈 조직이 죽어가는 골괴사가 진행돼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불가능합니다. 목부터 골반까지 디스크도 동반돼 걷는 것도 앉는 것도 힘들 정도입니다.

이렇게 온 몸이 만신창이가 돼버리다 보니 생계활동이 제대로 될 리도 없습니다. 생업인 산업잠수사 활동도 잠수병으로 인해 참사 이후로는 더 이상 불가능해졌습니다. 최근에는 일식집에 취직하기 위해 조리 실습을 받던 중 손의 힘줄을 다쳤습니다. 손이 낫기 전까지는 구직활동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세월호 민간 잠수사들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한재명, 황병주, 김상우 씨세월호 민간 잠수사들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한재명, 황병주, 김상우 씨

한 씨처럼 잠수병으로 인해 생업을 잃고 지난 5년간 제대로 된 직업을 갖지 못하고 있는 잠수사도 8명이나 됩니다.

민간 잠수사 김상우 씨는 당시 아이들을 수습하러 선체에 진입하던 중 짐이 머리 위로 쏟아져 목 디스크 수술을 받았습니다. 수술 이후에도 후유증이 심해 잠수사 일을 더이상 하지 못하고 지금까지도 경제적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장에 함께 있던 황병주 씨도 골괴사 판정 탓에 대리 운전으로 생계를 유지했습니다. 황 씨는 최근에 지인의 가게에 취직했다며 5년 만에 제대로 된 직장에서 출퇴근할 수 있다는 데 감사하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세월호 참사 당시 현장을 수습했던 민간 잠수사들세월호 참사 당시 현장을 수습했던 민간 잠수사들

민간 잠수사 25명 중 18명, 골괴사 등 잠수병과 트라우마 시달려

바다 밑이라는 극한의 현장에서 고된 잠수 활동을 하게 될 경우 잠수사는 필연적으로 잠수병에 시달리게 됩니다.

이 때문에 해군에서는 잠수사들이 하루에 최대 8시간 이상 잠수 활동을 하지 못하도록 안전 지침을 마련해두었습니다. 그러나 별도의 지휘 체계 없이 사명감 하나로 구조활동을 벌였던 민간 잠수사들은 하루에 12시간 넘는 잠수를 강행했고, 빠른 물살 속에서 무리한 수습 활동을 해야만 했습니다.

그 결과는 바로 한재명 잠수사가 겪고 있는, 최악의 잠수병이라고 하는 '골괴사'입니다. 심한 관절 활동으로 뼈에 더이상 혈액이 공급되지 않아 뼈가 괴사하는 병입니다. 세월호 25명의 민간 잠수사 중 골괴사 판정을 받은 잠수사는 모두 8명, 디스크와 트라우마 등 심각한 후유증을 앓고 있는 잠수사는 무려 18명에 달합니다.

골괴사가 진행돼 인공관절을 이식한 민간 잠수사의 어깨 X레이 사진골괴사가 진행돼 인공관절을 이식한 민간 잠수사의 어깨 X레이 사진

산재·의사상자 대상도 안 돼…피해보상 대상에 '골괴사'는 빠져 있어

문제는 치료비입니다. 심한 통증으로 연결되는 잠수병은 평생에 걸쳐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통상 기업의 공사현장 등에서 작업을 하는 산업잠수사는 부상을 당했을 때 산업재해보험에 가입돼 있어 치료비나 보상에 문제가 없지만, 세월호에 자발적으로 참여한 민간 잠수사의 경우에는 산재 보상의 대상도 되지 못합니다.

국가의 보상금도 막혀있습니다. 재난 상황에 투입돼 부상을 입은 경우 의사상자법에 의해 치료비와 보상비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민간 잠수사는 당시 수고비 명목으로 지급된 일당을 받았다는 이유로 의사상자 대상에서 제외가 돼있습니다.

현재는 수난구호법에 따라 일부 치료비와 약물을 지원받고 있지만 이마저도 기한이 있는 데다, 정작 중요한 '골괴사'에 대한 보상 조항이 없습니다.

더구나 한재명 씨처럼 잠수병으로 생업 활동을 더 이상 하지 못하게 되더라도 이에 대한 보상이나 지원 또한 전무합니다.


"잠수사는 직접적인 피해자 아냐"국회에서 잠 자는 '故김관홍법'

잊혀졌던 세월호 민간잠수사들이 다시 주목을 받았던 때가 있었습니다. 2016년 6월 잠수병과 트라우마,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던 김관홍 씨가 숨진 채 발견되고 나서입니다.

김 씨의 사망을 계기로 국회의원 70명이 이른바 '김관홍'법을 발의했습니다. 현행법이 지원하지 못하는 세월호 민간잠수사와 소방공무원 등에 대해 완치될 때까지 치료를 지원하고 노동능력 손실에 대한 보상을 해주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현재 김관홍법은 국회에서 잠들어 있습니다. 지난 2016년 발의 이후 지난해 상임위를 통과했지만, 아직까지 법사위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2018년 3월 29일 법사위 회의록을 보면 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은 "세월호 참사 피해구제법에 잠수사를 포함시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 "잠수사 사망과 부상은 세월호 침몰과 직접적 관련이 없다"고 말해 논의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이후 1년이 넘도록 김관홍법에 대한 논의는 국회에서 단 한 차례도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故 김관홍 잠수사, 서울시 제공故 김관홍 잠수사, 서울시 제공

"민간잠수사도 충분히 피해자"…조속한 피해 보상 개정안 논의 필요

김관홍법을 대표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민간 잠수사가 당시 국가의 요청에 의해 수색에 본원이 되었고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상해를 입었던 분들"이라면서 "최근에 나오는 현대적 개념에서의 피해자 개념에 충분히 들어갈 수 있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밝혔습니다.

국가가 피해를 지원해야 할 필요성, 그리고 당위성 측면에서 보면 피해자 범위에 포함되는 게 가능할 뿐만 아니라 포함되는 게 맞다는 취지입니다.

세월호 민간잠수사는 당시 국가 재난 상황에서 발생한 자발적인 민간의 조력이었습니다. 이 조력이 국가에 의해 인정받지 못한다면,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재난에 어떤 사람이 자발적으로 나설 수 있을까요?

조속한 '김관홍법' 입법만이 제2, 제3의 김관홍의 비극이 발생하지 않게 할 수 있을 겁니다. 20대 국회가 끝나면 '김관홍법'은 본회의에도 상정되지 못한 채 자동으로 폐기됩니다. 20대 국회의 남은 임기는 내년 4월까지 단 1년뿐입니다.

[연관 기사] [뉴스9] 뼈 삭는 병에 트라우마까지…민간잠수사 보상법 국회서 ‘낮잠’
  • 평생 짊어질 잠수병…국가한테 버려진 세월호 민간 잠수사들
    • 입력 2019.04.22 (07:01)
    취재K
평생 짊어질 잠수병…국가한테 버려진 세월호 민간 잠수사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하자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영웅들이 있습니다.

평소에 주로 바다나 강 등 수중 공사현장 등에서 잠수를 하는 산업잠수사로 일하던 숙련된 민간 잠수사들입니다. 참사 직후부터 시신 수습이 마무리되는 두 달여간 끝까지 현장을 지킨 민간잠수사들은 모두 25명. 이들 덕분에 희생자 299구 중 235구가 바다 위로 올라와 애타게 기다리던 가족의 품에 안길 수 있었습니다.

민간 잠수사 한재명씨가 통증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민간 잠수사 한재명씨가 통증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골괴사 등 잠수병으로 생업 잃어…구직 활동하다 부상까지

그런데 세월호 참사의 숨은 영웅이라는 찬사를 받았던 것은 잠시 뿐.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 잠수사들에게 남은 것은 치명적인 부상과 무너진 일상입니다.

세월호 민간잠수사 25명 가운데 한 명인 한재명(43) 씨는 요즘 일주일에 2차례 이상 통증의학과를 방문해 도수치료와 약물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 당시 무리한 수습 활동으로 어깨와 골반에 혈액순환에 장애가 생겨 뼈 조직이 죽어가는 골괴사가 진행돼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불가능합니다. 목부터 골반까지 디스크도 동반돼 걷는 것도 앉는 것도 힘들 정도입니다.

이렇게 온 몸이 만신창이가 돼버리다 보니 생계활동이 제대로 될 리도 없습니다. 생업인 산업잠수사 활동도 잠수병으로 인해 참사 이후로는 더 이상 불가능해졌습니다. 최근에는 일식집에 취직하기 위해 조리 실습을 받던 중 손의 힘줄을 다쳤습니다. 손이 낫기 전까지는 구직활동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세월호 민간 잠수사들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한재명, 황병주, 김상우 씨세월호 민간 잠수사들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한재명, 황병주, 김상우 씨

한 씨처럼 잠수병으로 인해 생업을 잃고 지난 5년간 제대로 된 직업을 갖지 못하고 있는 잠수사도 8명이나 됩니다.

민간 잠수사 김상우 씨는 당시 아이들을 수습하러 선체에 진입하던 중 짐이 머리 위로 쏟아져 목 디스크 수술을 받았습니다. 수술 이후에도 후유증이 심해 잠수사 일을 더이상 하지 못하고 지금까지도 경제적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장에 함께 있던 황병주 씨도 골괴사 판정 탓에 대리 운전으로 생계를 유지했습니다. 황 씨는 최근에 지인의 가게에 취직했다며 5년 만에 제대로 된 직장에서 출퇴근할 수 있다는 데 감사하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세월호 참사 당시 현장을 수습했던 민간 잠수사들세월호 참사 당시 현장을 수습했던 민간 잠수사들

민간 잠수사 25명 중 18명, 골괴사 등 잠수병과 트라우마 시달려

바다 밑이라는 극한의 현장에서 고된 잠수 활동을 하게 될 경우 잠수사는 필연적으로 잠수병에 시달리게 됩니다.

이 때문에 해군에서는 잠수사들이 하루에 최대 8시간 이상 잠수 활동을 하지 못하도록 안전 지침을 마련해두었습니다. 그러나 별도의 지휘 체계 없이 사명감 하나로 구조활동을 벌였던 민간 잠수사들은 하루에 12시간 넘는 잠수를 강행했고, 빠른 물살 속에서 무리한 수습 활동을 해야만 했습니다.

그 결과는 바로 한재명 잠수사가 겪고 있는, 최악의 잠수병이라고 하는 '골괴사'입니다. 심한 관절 활동으로 뼈에 더이상 혈액이 공급되지 않아 뼈가 괴사하는 병입니다. 세월호 25명의 민간 잠수사 중 골괴사 판정을 받은 잠수사는 모두 8명, 디스크와 트라우마 등 심각한 후유증을 앓고 있는 잠수사는 무려 18명에 달합니다.

골괴사가 진행돼 인공관절을 이식한 민간 잠수사의 어깨 X레이 사진골괴사가 진행돼 인공관절을 이식한 민간 잠수사의 어깨 X레이 사진

산재·의사상자 대상도 안 돼…피해보상 대상에 '골괴사'는 빠져 있어

문제는 치료비입니다. 심한 통증으로 연결되는 잠수병은 평생에 걸쳐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통상 기업의 공사현장 등에서 작업을 하는 산업잠수사는 부상을 당했을 때 산업재해보험에 가입돼 있어 치료비나 보상에 문제가 없지만, 세월호에 자발적으로 참여한 민간 잠수사의 경우에는 산재 보상의 대상도 되지 못합니다.

국가의 보상금도 막혀있습니다. 재난 상황에 투입돼 부상을 입은 경우 의사상자법에 의해 치료비와 보상비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민간 잠수사는 당시 수고비 명목으로 지급된 일당을 받았다는 이유로 의사상자 대상에서 제외가 돼있습니다.

현재는 수난구호법에 따라 일부 치료비와 약물을 지원받고 있지만 이마저도 기한이 있는 데다, 정작 중요한 '골괴사'에 대한 보상 조항이 없습니다.

더구나 한재명 씨처럼 잠수병으로 생업 활동을 더 이상 하지 못하게 되더라도 이에 대한 보상이나 지원 또한 전무합니다.


"잠수사는 직접적인 피해자 아냐"국회에서 잠 자는 '故김관홍법'

잊혀졌던 세월호 민간잠수사들이 다시 주목을 받았던 때가 있었습니다. 2016년 6월 잠수병과 트라우마,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던 김관홍 씨가 숨진 채 발견되고 나서입니다.

김 씨의 사망을 계기로 국회의원 70명이 이른바 '김관홍'법을 발의했습니다. 현행법이 지원하지 못하는 세월호 민간잠수사와 소방공무원 등에 대해 완치될 때까지 치료를 지원하고 노동능력 손실에 대한 보상을 해주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현재 김관홍법은 국회에서 잠들어 있습니다. 지난 2016년 발의 이후 지난해 상임위를 통과했지만, 아직까지 법사위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2018년 3월 29일 법사위 회의록을 보면 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은 "세월호 참사 피해구제법에 잠수사를 포함시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 "잠수사 사망과 부상은 세월호 침몰과 직접적 관련이 없다"고 말해 논의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이후 1년이 넘도록 김관홍법에 대한 논의는 국회에서 단 한 차례도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故 김관홍 잠수사, 서울시 제공故 김관홍 잠수사, 서울시 제공

"민간잠수사도 충분히 피해자"…조속한 피해 보상 개정안 논의 필요

김관홍법을 대표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민간 잠수사가 당시 국가의 요청에 의해 수색에 본원이 되었고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상해를 입었던 분들"이라면서 "최근에 나오는 현대적 개념에서의 피해자 개념에 충분히 들어갈 수 있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밝혔습니다.

국가가 피해를 지원해야 할 필요성, 그리고 당위성 측면에서 보면 피해자 범위에 포함되는 게 가능할 뿐만 아니라 포함되는 게 맞다는 취지입니다.

세월호 민간잠수사는 당시 국가 재난 상황에서 발생한 자발적인 민간의 조력이었습니다. 이 조력이 국가에 의해 인정받지 못한다면,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재난에 어떤 사람이 자발적으로 나설 수 있을까요?

조속한 '김관홍법' 입법만이 제2, 제3의 김관홍의 비극이 발생하지 않게 할 수 있을 겁니다. 20대 국회가 끝나면 '김관홍법'은 본회의에도 상정되지 못한 채 자동으로 폐기됩니다. 20대 국회의 남은 임기는 내년 4월까지 단 1년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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