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넘고 물 건너’ 장애인 화장실 가기…‘우수 화장실’도 무용지물

입력 2019.04.19 (21:28) 수정 2019.04.19 (22:22)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내일(20일) 39번째 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9시 뉴스에서는 오늘(19일)과 내일(20일) 장애인 인권과 관련한 문제를 짚어보려고 합니다.

사람이라면 가장 기본적으로 이용하는 시설이 화장실이죠.

요즘 장애인 화장실이 숫자는 많이 늘긴 했는데, 실제로 이용하긴 어떨까요?

직접 현장을 둘러봤더니 사용이 불가능하거나 불편한 곳이 다수였고, 심지어 서울시가 선정한 '우수 화장실'조차 휠체어가 들어갈 수 없는 형태였습니다.

공민경 기자가 실태를 고발합니다.

[리포트]

한 대형 전자제품 전시판매점입니다.

장애인 화장실이 쓰레기봉투로 막혀 있습니다.

변기는 부서져 있습니다.

[전자제품 판매점 관리인 : " 장애인 화장실들이 장애인만 이용하면 좋은데 통제를 할 수 없잖아요. 깨끗하게 쓰면 좋겠는데."]

지하철과 지하 2층이 연결된 대형건물.

1분 거리에 장애인 화장실이 있지만 바로 갈 수가 없습니다.

계단이 가로막혀있습니다.

["아이고, 안되네."]

화장실에 가려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9차선 도로를 건너, 엘리베이터로 다시 내려가야 합니다.

10분을 돌아 겨우 도착했는데 화장실 문은 잠겨있습니다.

[건물 관리인 : "남자 화장실 장애인 화장실 역류 때문에 닫아 놓으신 거죠?"]

[미화 담당자 : "아니 손님들이 쓰고 닫으면 딱 닫혔을 수도 있어요."]

이 건물은 재작년 상업시설로 리모델링됐습니다.

구청은 장애인 편의성을 점검해 허가를 내줘야 합니다.

하지만 형식적입니다.

[해당 구청 담당자 : "출입구가 여러 개라 하면, 하나라도 정상적으로 장애인분들이 들어갈 수 있게끔 보장이 된다고 하면. 그러면 되는 걸로."]

서울시가 선정한 '우수 화장실'은 어떨까?

잠금장치에 문이 걸려 휠체어가 못 들어갑니다.

["문 좀 한번 열어주시겠어요? 이거 들어가야 하는데."]

남자 화장실은 폭이 좁아 변기에 앉을 수조차 없습니다.

["몸을 돌려서 앉을 수가 없잖아요. 무늬만 장애인 화장실이네."]

[해당 건물 관리인 : "그렇게 특별하게 (문제가) 없는 것 같은데. (건물 준공)허가가 난 걸 보면은 충분히 돼서 (준공)허가가 났겠죠."]

또 다른 '우수 화장실'.

장애인용 화장실 문이 소변기의 안전 손잡이에 걸려 다 열리지 않습니다.

휠체어가 못 들어갑니다.

[정태근/한국근육장애인협회 회장 : "장애인들한테는 굉장히 불친절한 화장실이 되고 있다. 기본적으로 인간의 존엄성인데 그런 거를 다 무시하고…"]

그런데 어떻게 우수화장실로 뽑혔을까?

선정 기준엔 장애인 화장실이 있기만 하면 됩니다.

사용 가능 여부나 편의성 등은 평가 기준에 아예 없습니다.

서울시는 선정 자체를 시민단체에 위탁 했습니다.

[서울시 우수화장실 담당자 : "우리로부터 위탁받아서 하는 사업이니까. 지원을 1년에 3천8백만 원 해주고 있죠."]

그래놓고 실태는 아예 파악도 제대로 못 하고 있습니다.

[서울시 우수화장실 담당자 : "그런 요소를 안고 있는 상태에서 우수화장실로 지정돼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가졌어요."]

전시행정과 형식적 점검 속에 장애인들은 인간으로서 가장 기본적인 화장실 이용 권리마저 빼앗기고 있습니다.

KBS 뉴스 공민경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산 넘고 물 건너’ 장애인 화장실 가기…‘우수 화장실’도 무용지물
    • 입력 2019-04-19 21:32:32
    • 수정2019-04-19 22:22:06
    뉴스 9
[앵커]

내일(20일) 39번째 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9시 뉴스에서는 오늘(19일)과 내일(20일) 장애인 인권과 관련한 문제를 짚어보려고 합니다.

사람이라면 가장 기본적으로 이용하는 시설이 화장실이죠.

요즘 장애인 화장실이 숫자는 많이 늘긴 했는데, 실제로 이용하긴 어떨까요?

직접 현장을 둘러봤더니 사용이 불가능하거나 불편한 곳이 다수였고, 심지어 서울시가 선정한 '우수 화장실'조차 휠체어가 들어갈 수 없는 형태였습니다.

공민경 기자가 실태를 고발합니다.

[리포트]

한 대형 전자제품 전시판매점입니다.

장애인 화장실이 쓰레기봉투로 막혀 있습니다.

변기는 부서져 있습니다.

[전자제품 판매점 관리인 : " 장애인 화장실들이 장애인만 이용하면 좋은데 통제를 할 수 없잖아요. 깨끗하게 쓰면 좋겠는데."]

지하철과 지하 2층이 연결된 대형건물.

1분 거리에 장애인 화장실이 있지만 바로 갈 수가 없습니다.

계단이 가로막혀있습니다.

["아이고, 안되네."]

화장실에 가려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9차선 도로를 건너, 엘리베이터로 다시 내려가야 합니다.

10분을 돌아 겨우 도착했는데 화장실 문은 잠겨있습니다.

[건물 관리인 : "남자 화장실 장애인 화장실 역류 때문에 닫아 놓으신 거죠?"]

[미화 담당자 : "아니 손님들이 쓰고 닫으면 딱 닫혔을 수도 있어요."]

이 건물은 재작년 상업시설로 리모델링됐습니다.

구청은 장애인 편의성을 점검해 허가를 내줘야 합니다.

하지만 형식적입니다.

[해당 구청 담당자 : "출입구가 여러 개라 하면, 하나라도 정상적으로 장애인분들이 들어갈 수 있게끔 보장이 된다고 하면. 그러면 되는 걸로."]

서울시가 선정한 '우수 화장실'은 어떨까?

잠금장치에 문이 걸려 휠체어가 못 들어갑니다.

["문 좀 한번 열어주시겠어요? 이거 들어가야 하는데."]

남자 화장실은 폭이 좁아 변기에 앉을 수조차 없습니다.

["몸을 돌려서 앉을 수가 없잖아요. 무늬만 장애인 화장실이네."]

[해당 건물 관리인 : "그렇게 특별하게 (문제가) 없는 것 같은데. (건물 준공)허가가 난 걸 보면은 충분히 돼서 (준공)허가가 났겠죠."]

또 다른 '우수 화장실'.

장애인용 화장실 문이 소변기의 안전 손잡이에 걸려 다 열리지 않습니다.

휠체어가 못 들어갑니다.

[정태근/한국근육장애인협회 회장 : "장애인들한테는 굉장히 불친절한 화장실이 되고 있다. 기본적으로 인간의 존엄성인데 그런 거를 다 무시하고…"]

그런데 어떻게 우수화장실로 뽑혔을까?

선정 기준엔 장애인 화장실이 있기만 하면 됩니다.

사용 가능 여부나 편의성 등은 평가 기준에 아예 없습니다.

서울시는 선정 자체를 시민단체에 위탁 했습니다.

[서울시 우수화장실 담당자 : "우리로부터 위탁받아서 하는 사업이니까. 지원을 1년에 3천8백만 원 해주고 있죠."]

그래놓고 실태는 아예 파악도 제대로 못 하고 있습니다.

[서울시 우수화장실 담당자 : "그런 요소를 안고 있는 상태에서 우수화장실로 지정돼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가졌어요."]

전시행정과 형식적 점검 속에 장애인들은 인간으로서 가장 기본적인 화장실 이용 권리마저 빼앗기고 있습니다.

KBS 뉴스 공민경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