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K] ‘효성’ 뜻대로 APT자재변경…수분양자는 ‘호구’?

입력 2019.04.02 (21:20) 수정 2019.04.02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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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아파트를 분양한 뒤에 건설과정에서 품질을 떨어뜨리는, 건설사의 이면을 고발합니다.

아파트를 분양할때는 고품질을 광고해서 완판한 뒤에, 실제로 지으면서 하나씩 둘씩 설계와 자재를 바꾼, 더 값싸게 짓는 건설현장을 KBS가 확인했습니다.

서울 용산 4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초고층 아파트를 짓고 있는 효성중공업입니다.

과연 여기만 그럴까싶습니다.

송명희 기자의 취재과정을 보시죠.

[리포트]

서울 용산 4구역 재개발사업 현장입니다.

최고 43층짜리 아파트 5동, 1,140세대로 현재 공정율은 30%를 넘었습니다.

그러나 당초 사업은 지난 2009년 발생한 용산 참사 여파로 좌초 위기까지 몰렸습니다.

수 차례 유찰 끝에 시공사로 선정된 곳은 효성중공업. 이후 서울시가 주거비율을 획기적으로 높여주면서 사업은 날개를 달았습니다.

고급 아파트라는 광고 전략까지 더해져 일반분양분 600여 세대도 이른바 '완판'됐습니다.

분양 직후인 2017년 11월, 효성이 조합에 보낸 문서입니다.

당초 설계에 있던 주요 자재들에 대해 '특정 스펙'의 제품이라며 삭제와 변경을 요구합니다.

주로 외장과 유리,바닥 등 공사비 규모가 큰 것들로 공사비를 낮추기 위한 것으로 의심됩니다.

실제, 지난 2월말 자재 일부가 효성의 요구대로 삭제됐습니다.

[김○○/자재업체 관계자 : "(자재를)쓸 테니까 가격을 좀 깎아달라 견적을 달라 그래서 12억 정도..(입찰)설명회를 했는데 우리 게 없더라고..."]

아파트 외벽이 미세먼지로 더러워지는 것을 막는 '비오염 코팅제'를 납품하기로 했는데, 입찰과정에서 빠졌다는 겁니다.

설계 도서와 입찰 자료를 입수해 대조해봤습니다.

공사 시방서에는 녹색인증을 받은 코팅제를 쓰는 것으로 표시돼 있습니다.

하지만 입찰 설명자료에선 이 항목이 사라졌습니다.

외벽에 시공하기로 돼있던 두께 28mm짜리 테라코타 즉, 벽돌도 20~30% 저렴한 19mm짜리 포슬린 제품으로 바뀌었습니다.

현행법은 분양한 건축물의 내외장재를 변경할 때는 수분양자들의 동의를 받거나 알리도록 하고 있지만, 그런 절차는 없었습니다.

[이○○/용산 4구역 조합 이사 : "어떤 자재를 어떻게 바꾸고 한다는 그런 부분에 대한 회의는 한 적이 없습니다."]

[최규동/용산 4구역 조합장 : "계약서를 못 쓰면서 그 다음에 우리가 분양이 되서 스펙이 이제 최종적으로 되면서.. 그런 공문은 전부 협의 과정이라는 거죠."]

공사 계약도 마무리 안 된 상태에서 분양을 하고, 이를 근거로 효성이 조합과 자재를 놓고 공사비를 조율해 왔다는 이야기입니다.

뒤늦게 작성된 효성과 조합 사이의 도급 계약안입니다.

공사비는 3.3 제곱미터당 597만 원. '특정 스펙' 자재는 시공사가 조합과 협의해 조정한다는 특약이 붙어있습니다.

그러나 계약안의 도급 금액은 이미 '특정 스펙' 자재 20여 가지가 변경되는 것을 전제로 산정돼 있었습니다.

한술 더 떠 효성은 계약이 맺어지기도 전에 이미 입찰까지 진행하고 있습니다.

[효성중공업 관계자/음성변조 : "입찰은 했는데 계약은 안 한 상태입니다. 저희도 아마 뭐.. 조합하고 이제 협의가 거의 완료단계가 이제 오고.. 그러다 보니까.."]

이 계약서가 내일(3일) 조합 총회를 통과하면 '특정 스펙' 자재들은 효성의 요구대로 바뀌는 겁니다.

KBS 뉴스 송명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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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탐사K] ‘효성’ 뜻대로 APT자재변경…수분양자는 ‘호구’?
    • 입력 2019-04-02 21:26:19
    • 수정2019-04-02 21:55:01
    뉴스 9
[앵커]

아파트를 분양한 뒤에 건설과정에서 품질을 떨어뜨리는, 건설사의 이면을 고발합니다.

아파트를 분양할때는 고품질을 광고해서 완판한 뒤에, 실제로 지으면서 하나씩 둘씩 설계와 자재를 바꾼, 더 값싸게 짓는 건설현장을 KBS가 확인했습니다.

서울 용산 4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초고층 아파트를 짓고 있는 효성중공업입니다.

과연 여기만 그럴까싶습니다.

송명희 기자의 취재과정을 보시죠.

[리포트]

서울 용산 4구역 재개발사업 현장입니다.

최고 43층짜리 아파트 5동, 1,140세대로 현재 공정율은 30%를 넘었습니다.

그러나 당초 사업은 지난 2009년 발생한 용산 참사 여파로 좌초 위기까지 몰렸습니다.

수 차례 유찰 끝에 시공사로 선정된 곳은 효성중공업. 이후 서울시가 주거비율을 획기적으로 높여주면서 사업은 날개를 달았습니다.

고급 아파트라는 광고 전략까지 더해져 일반분양분 600여 세대도 이른바 '완판'됐습니다.

분양 직후인 2017년 11월, 효성이 조합에 보낸 문서입니다.

당초 설계에 있던 주요 자재들에 대해 '특정 스펙'의 제품이라며 삭제와 변경을 요구합니다.

주로 외장과 유리,바닥 등 공사비 규모가 큰 것들로 공사비를 낮추기 위한 것으로 의심됩니다.

실제, 지난 2월말 자재 일부가 효성의 요구대로 삭제됐습니다.

[김○○/자재업체 관계자 : "(자재를)쓸 테니까 가격을 좀 깎아달라 견적을 달라 그래서 12억 정도..(입찰)설명회를 했는데 우리 게 없더라고..."]

아파트 외벽이 미세먼지로 더러워지는 것을 막는 '비오염 코팅제'를 납품하기로 했는데, 입찰과정에서 빠졌다는 겁니다.

설계 도서와 입찰 자료를 입수해 대조해봤습니다.

공사 시방서에는 녹색인증을 받은 코팅제를 쓰는 것으로 표시돼 있습니다.

하지만 입찰 설명자료에선 이 항목이 사라졌습니다.

외벽에 시공하기로 돼있던 두께 28mm짜리 테라코타 즉, 벽돌도 20~30% 저렴한 19mm짜리 포슬린 제품으로 바뀌었습니다.

현행법은 분양한 건축물의 내외장재를 변경할 때는 수분양자들의 동의를 받거나 알리도록 하고 있지만, 그런 절차는 없었습니다.

[이○○/용산 4구역 조합 이사 : "어떤 자재를 어떻게 바꾸고 한다는 그런 부분에 대한 회의는 한 적이 없습니다."]

[최규동/용산 4구역 조합장 : "계약서를 못 쓰면서 그 다음에 우리가 분양이 되서 스펙이 이제 최종적으로 되면서.. 그런 공문은 전부 협의 과정이라는 거죠."]

공사 계약도 마무리 안 된 상태에서 분양을 하고, 이를 근거로 효성이 조합과 자재를 놓고 공사비를 조율해 왔다는 이야기입니다.

뒤늦게 작성된 효성과 조합 사이의 도급 계약안입니다.

공사비는 3.3 제곱미터당 597만 원. '특정 스펙' 자재는 시공사가 조합과 협의해 조정한다는 특약이 붙어있습니다.

그러나 계약안의 도급 금액은 이미 '특정 스펙' 자재 20여 가지가 변경되는 것을 전제로 산정돼 있었습니다.

한술 더 떠 효성은 계약이 맺어지기도 전에 이미 입찰까지 진행하고 있습니다.

[효성중공업 관계자/음성변조 : "입찰은 했는데 계약은 안 한 상태입니다. 저희도 아마 뭐.. 조합하고 이제 협의가 거의 완료단계가 이제 오고.. 그러다 보니까.."]

이 계약서가 내일(3일) 조합 총회를 통과하면 '특정 스펙' 자재들은 효성의 요구대로 바뀌는 겁니다.

KBS 뉴스 송명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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