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K] 상대성 이론의 영감은 철학?…“아인슈타인, 흄의 열렬한 팬”

입력 2019.02.21 (15:54) 수정 2019.02.21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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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Getty Images


천재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은 1905년에 특수 상대성 이론을 발표했습니다. 20세기 물리학의 최대 성과로 불리는 논문입니다. 그런데 '상대성'이란 제목과는 모순되게 출발점은 빛의 속도가 항상 일정하다는 '광속 불변'에 있습니다. 아인슈타인은 고전역학에서 절대적이었던 시간과 공간을 관찰자에 따라 늘어나거나 줄어들 수 있다는 상대적인 개념으로 재정의했는데요. 속도(특정 시간에 동안 이동한 거리)가 일정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거리(공간)가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다는 뜻이며 빛도 마찬가지라는 겁니다. 뉴턴의 고전 물리학에서 현대 물리학으로 이른바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철학적 사고'가 있었습니다.

아인슈타인은 철학자 '데이비드 흄'의 열렬한 팬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 18세기 스코틀랜드의 철학자로부터 영감을 받아 탄생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데이비드 퍼디 스코틀랜드 에든버러대 교수는 아인슈타인의 미공개 편지를 영국 '텔레그래프'지에 소개하며, 아인슈타인이 1905년 특수 상대성 이론을 발표하기 전 철학자 데이비드 흄의 열렬한 팬이었다고 말했습니다.

18세기 스코틀랜드의 철학자 데이비드 흄과 저서 ‘인간의 본성’18세기 스코틀랜드의 철학자 데이비드 흄과 저서 ‘인간의 본성’

흄은 저명한 철학자이자 역사가이면서 경제학자로 계몽주의에 관한 회의론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요. 특히 아인슈타인은 흄의 저서인 '인간의 본성'(Treatise of Human Nature)을 즐겨 읽으며 상대성 이론에 대한 영감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퍼디 교수는 설명했습니다.

이 책은 아인슈타인이 태어나기 전인 1738년에 처음 출판됐습니다. 철학자의 시선에서 시간과 공간의 개념에 대한 질문을 최초로 던지고 있는데요. 아인슈타인이 1915년 12월 오스트리아 비엔나대 물리학과 교수로 있던 모리츠 슐리크에게 쓴 편지가 공개되며 천재 물리학자와 철학자의 연결 고리가 밝혀지게 됐습니다. 그렇다면 흄의 책을 한번 들여다볼까요?

흄의 철학 … '시간과 공간은 부조리와 모순으로 가득'

"모든 추상적인 추론에 대한 주요한 반대는 공간과 시간이라는 개념에서 파생된다. 일상생활에서 이러한 아이디어는 분명하고 명료하게 보일 수 있지만 심오한 과학의 영역을 통과하게 되면 시간과 공간은 부조리와 모순으로 가득 찬 것처럼 보인다.”

(원문)“The chief objection against all abstract reasoning is derived from the ideas of Space and Time. Ideas in everyday life may appear clear and intelligible, but when they pass through the scrutiny of the profound Sciences. they seem full of absurdity and contradiction.”

아인슈타인은 편지에서 흄으로부터 상대성 이론의 영감을 받았다고 고백했다.아인슈타인은 편지에서 흄으로부터 상대성 이론의 영감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시공간이 부조리와 모순으로 가득 찬 것처럼 보인다는 철학자의 질문에 아인슈타인은 시공간이 과거에 생각했던 것처럼 절대 상수(constant)가 아니라 상대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과학적인 답변을 내놓은 건데요. 아인슈타인은 편지에서 상대성 이론에 대한 논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흄의 영향이 지대했고 이러한 철학적인 영감이 없었다면 어떤 해결책도 얻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때문에 물리학계에서는 흄의 책이 아니었다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도 탄생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과학자와 철학자 모임 '올림피아 아카데미'가 발단

167년 전에 나온 철학자의 책에서 물리학자가 결정적인 영감을 얻을 수 있게 된 발단은 바로 '올림피아 아카데미'라는 모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902년 스위스 베른의 특허청에서 일하고 있던 아인슈타인은 과학자와 철학자들이 긴밀히 만나는 모임을 결성했습니다. 창립 멤버는 루마니아 출신의 철학과 학생인 모리스 솔로빈과 이웃에 살던 수학자 콘래드 하비히트까지 세 명이었습니다.

‘올림피아 아카데미’ 창립 멤버, 왼쪽부터 하비히트, 솔로빈, 아인슈타인‘올림피아 아카데미’ 창립 멤버, 왼쪽부터 하비히트, 솔로빈, 아인슈타인

아인슈타인은 자신의 집에서 모임을 열기도 했는데요. 점점 많은 과학자와 철학자가 모여 매주 다양한 철학책은 물론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같은 문학작품을 읽고 열띤 토론을 벌였습니다. 상대성 이론에 영감을 준 흄의 작품을 처음으로 접하게 된 것도 이 자리였습니다.

밤새 토론을 계속한 뒤에는 바이올린 연주로 흥을 즐기고 일출을 보러 베른 외곽의 산에 올라가기도 했는데요. 학문의 벽을 허물고 학제간 폭넓게 교류했을 때 서로에게 무한한 영감을 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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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2-21 15:54:55
    • 수정2019-02-21 16:19:20
    지식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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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은 1905년에 특수 상대성 이론을 발표했습니다. 20세기 물리학의 최대 성과로 불리는 논문입니다. 그런데 '상대성'이란 제목과는 모순되게 출발점은 빛의 속도가 항상 일정하다는 '광속 불변'에 있습니다. 아인슈타인은 고전역학에서 절대적이었던 시간과 공간을 관찰자에 따라 늘어나거나 줄어들 수 있다는 상대적인 개념으로 재정의했는데요. 속도(특정 시간에 동안 이동한 거리)가 일정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거리(공간)가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다는 뜻이며 빛도 마찬가지라는 겁니다. 뉴턴의 고전 물리학에서 현대 물리학으로 이른바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철학적 사고'가 있었습니다.

아인슈타인은 철학자 '데이비드 흄'의 열렬한 팬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 18세기 스코틀랜드의 철학자로부터 영감을 받아 탄생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데이비드 퍼디 스코틀랜드 에든버러대 교수는 아인슈타인의 미공개 편지를 영국 '텔레그래프'지에 소개하며, 아인슈타인이 1905년 특수 상대성 이론을 발표하기 전 철학자 데이비드 흄의 열렬한 팬이었다고 말했습니다.

18세기 스코틀랜드의 철학자 데이비드 흄과 저서 ‘인간의 본성’
흄은 저명한 철학자이자 역사가이면서 경제학자로 계몽주의에 관한 회의론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요. 특히 아인슈타인은 흄의 저서인 '인간의 본성'(Treatise of Human Nature)을 즐겨 읽으며 상대성 이론에 대한 영감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퍼디 교수는 설명했습니다.

이 책은 아인슈타인이 태어나기 전인 1738년에 처음 출판됐습니다. 철학자의 시선에서 시간과 공간의 개념에 대한 질문을 최초로 던지고 있는데요. 아인슈타인이 1915년 12월 오스트리아 비엔나대 물리학과 교수로 있던 모리츠 슐리크에게 쓴 편지가 공개되며 천재 물리학자와 철학자의 연결 고리가 밝혀지게 됐습니다. 그렇다면 흄의 책을 한번 들여다볼까요?

흄의 철학 … '시간과 공간은 부조리와 모순으로 가득'

"모든 추상적인 추론에 대한 주요한 반대는 공간과 시간이라는 개념에서 파생된다. 일상생활에서 이러한 아이디어는 분명하고 명료하게 보일 수 있지만 심오한 과학의 영역을 통과하게 되면 시간과 공간은 부조리와 모순으로 가득 찬 것처럼 보인다.”

(원문)“The chief objection against all abstract reasoning is derived from the ideas of Space and Time. Ideas in everyday life may appear clear and intelligible, but when they pass through the scrutiny of the profound Sciences. they seem full of absurdity and contradiction.”

아인슈타인은 편지에서 흄으로부터 상대성 이론의 영감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시공간이 부조리와 모순으로 가득 찬 것처럼 보인다는 철학자의 질문에 아인슈타인은 시공간이 과거에 생각했던 것처럼 절대 상수(constant)가 아니라 상대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과학적인 답변을 내놓은 건데요. 아인슈타인은 편지에서 상대성 이론에 대한 논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흄의 영향이 지대했고 이러한 철학적인 영감이 없었다면 어떤 해결책도 얻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때문에 물리학계에서는 흄의 책이 아니었다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도 탄생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과학자와 철학자 모임 '올림피아 아카데미'가 발단

167년 전에 나온 철학자의 책에서 물리학자가 결정적인 영감을 얻을 수 있게 된 발단은 바로 '올림피아 아카데미'라는 모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902년 스위스 베른의 특허청에서 일하고 있던 아인슈타인은 과학자와 철학자들이 긴밀히 만나는 모임을 결성했습니다. 창립 멤버는 루마니아 출신의 철학과 학생인 모리스 솔로빈과 이웃에 살던 수학자 콘래드 하비히트까지 세 명이었습니다.

‘올림피아 아카데미’ 창립 멤버, 왼쪽부터 하비히트, 솔로빈, 아인슈타인
아인슈타인은 자신의 집에서 모임을 열기도 했는데요. 점점 많은 과학자와 철학자가 모여 매주 다양한 철학책은 물론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같은 문학작품을 읽고 열띤 토론을 벌였습니다. 상대성 이론에 영감을 준 흄의 작품을 처음으로 접하게 된 것도 이 자리였습니다.

밤새 토론을 계속한 뒤에는 바이올린 연주로 흥을 즐기고 일출을 보러 베른 외곽의 산에 올라가기도 했는데요. 학문의 벽을 허물고 학제간 폭넓게 교류했을 때 서로에게 무한한 영감을 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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