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일본 초계기 논란…한일 군사동맹, 아직 어림없다

입력 2019.01.20 (10:04) 수정 2019.01.22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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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와노 가쓰토시 일본 자위대 통합막료장

▶'레이더 경고음'증거라면, '초계기 블랙박스'검증부터?
▶ 인내와 예의...한국 태도, 뒤통수 맞을라
▶ 공개할 수 없다는 '증거'로 엄포...우방 맞나?
▶ '한일 군사동맹론'의 허구...저격당한 신뢰

일본의 일방적 주장 공표로 촉발된 자위대 초계기 갈등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었다. 주장과 반박이 뫼비우스의 띠처럼 반복되고 있다. '밝힐 수는 없지만, 증거가 있다'는 일본 정부, 미국까지 한일 현안을 끌고 갔다. 명색이 국가인데 '제3국'에게 '고자질'하자는 의도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한일현안을 미일동맹으로 끌고가는 모양새는 아무래도 과잉이다. 더구나 북핵 문제 등의 해법을 놓고 한미일 협력을 강조해왔던 터에.

[ '레이더 경고음'이 증거라고?...그렇다면, '초계기 블랙박스'검증은? ]

일본 정부가 데이터 공개 없이 레이더 주장만을 반복해온 상황에서, 이른바 '레이더 탐지 경고음'을 조만간 공개할 것이라는 일본 언론 보도가 나왔다. 초계기가 수신했다는 주파수 정보를 공개하면 될 터인데, 핵심을 외면하고 비핵심적 정황만 공개해온 것의 연장선인 셈이다.

예정대로 실행된다면, 해당 경고음의 출처와 정확성, 신뢰성 등에 대한 검증이 필수이다. 레이더 탐지와 관련한 초계기의 운영 시스템 전반을 들여다 봐야 한다는 뜻이다. 자위대 초계기가 한국 해경의 수색 레이더 전파를 혼동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다.

일본 자위대 초계기일본 자위대 초계기

일본은 전파 데이터는 중요 기밀이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 정부를 믿을 수 없다는 뜻이다. 신뢰가 이미 끝난 상황이라면, '경고음의 신뢰성'은 어떻게 담보할까? 초계기가 수신했다고 주장하는 경고음이 해당 초계기에서 실제 포착된 것인지, 해당 시스템의 오류 또는 오차 가능성은 전혀 없는지, 당시 해당 장비는 정상 작동하고 있었는지 등등을 검증해야 하지 않을까? 결국은 해당 초계기의 운영 시스템을 전부 검증해야 하고, 이는 블랙박스의 내용 검증까지 이어질 수밖에 없다.

블랙박스 개방을 통해, 계기상 기록과 항공기 승무원의 언행을 정밀 분석해야 할 필요성도 있다. 사격관제 레이더의 조준을 받았다면서도 여유로운 정찰비행이 이어진 배경은 진작부터 의혹을 자처하고 있다.

[ 인내와 예의를 갖춘 한국의 대응...뒤통수 맞을라 ]

일본 정부는 일본 언론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프레임 전쟁'을 이어가고 있다. 일본 언론에 비친 의제는 당연히 '초계기 위협 비행'이 아니라 '레이더 조사 논란'이다. 일본 정부는 일방적 주장을 마음껏 업데이트하고 있다. 논리와 근거자료의 옹색함은 이미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자위대 초계기의 이례적인 저공비행으로 위협을 느꼈다'는 한국 측의 대응은 너무 신사적이라고 할까? 일본 측의 도발적 주장에 대한 한국 정부 대응은 인내와 예의가 조금 지나친 것 아니냐는 궁금증이 제기되고 있다.

일본 자위대가 촬영한 한국 구축함일본 자위대가 촬영한 한국 구축함

인터넷에 나타난 국민 여론은 다음과 같은 상식적 궁금증 혹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국가의 품격과 국제 관례 등을 생각하면, 전적으로 당연한 주장은 아니지만, 하여튼 여론의 일각은 그렇다.

▶ 초계기의 저공비행이 위협적이었다면, 자위권 차원에서 오히려 사격통제 레이더 조준을 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비정상적으로 접근한 자위대가 초계기가 테러범 등 위협세력에 장악된 상태였다면, 아군 함정이 무방비로 노출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 자위대 초계기의 비행 행태가 위협적었다면 선제적으로, 더욱 적극적으로 문제 제기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이러한 류의 위협비행에는 계속 이렇게 대응할 것인가?
▶ 일본이 초계기 위협비행 사실을 부인했다면, 초계기의 당시 블랙박스 공개를 진작부터 요구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 동일 사항이 자위대에 의해 반복되면, 자위권 차원의 대항조치에 들어간다고 선언해야 하지 않는가?

[ '증거 있으니 사과하라'는 엄포...우방끼리 나올 말인가? ]

자위대 초계기 논란의 진행 양상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 일본 정부, 레이더 조사 주장 → 한국 정부, 부인·반박 → 일본 정부, 비난 릴레이 → 일본 언론, 비난 릴레이 → 일본 언론, 증거 동영상 공개 예고 보도 → 일본 정부, 초계기 촬영 영상 공개 → 한국, 초계기 위협비행 동영상 공개 → 한일 군사 실무 협의 → 일본 언론, 협의 내용 선제 공개 → 한국 정부, 반박 → 일본 정부, 반박 → 일본 방위성, 한국 무관 초치 → 한국 국방부, 일본 무관 초치 → 자위대, '증거 있다' 주장 → 일본 방위상, 미국 국방장관에 일본 주장 전달 → 일본 언론, 레이더 경고음 공개 예고 → 한국 정부, 왜곡된 정보 우려.

이와야 다케시 일본 방위상이와야 다케시 일본 방위상

논란의 진행 방식은 대동소이하다. 대부분 다음과 같은 사이클을 반복하고 있다.

▶일본 언론, 정부 입장 선제 보도 → 일본 정부, 주장 → 한국 정부, 반박 → 일본 정부, 재반박 (이하 중략).

하나의 주장이 반박되면 또다른 주장이 제기되는 방식이 무한궤도처럼 반복되고 있는데, 정작 주장을 뒷받침할 직접 증거는 없다.

[ 한일군사 동맹이 시기상조인 이유 ]

일본 정부가 언론의 든든한 지원을 받고 있다면, 한국 정부는 상대적으로 고군분투하는 모양새이다. 국민정서 혹은 민족정서보다 한일 우호협력을 중시하는 유력 매체의 존재가 부담스러울 것이다.

위안부 피해자 관련 일방적 합의 문제, 징용 피해자 보상 판결 등 일련의 예민한 현안에서 한일 관계의 경색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주요 보수 매체와 이른바 보수 논객(전문가?) 사이에서 분출했다. 한일 관계의 악화의 책임을 한국 측에 전가하고 싶어하는 것 아닌가 하는 오해를 부르는 대목이다. 심지어 한미일, 더나아가 한일 군사동맹의 필요성에 대한 강변이 이른바 전문가들의 입을 빌어 여과없이 보도되기도 했다.

패트릭 섀너핸 미 국방부 장관 대행과 이와야 다케시 일본 방위상(오른쪽)패트릭 섀너핸 미 국방부 장관 대행과 이와야 다케시 일본 방위상(오른쪽)

일본은 진작부터 한미일 군사동맹, 더 나아가 한일 군사동맹에 관심이 많다. 이는 군비분담에 관심이 많은 미국의 관심사이기도 하다. 일본과 관련된 군사동맹의 확대는 필연적으로 자위대의 외연 확대로 이어진다. 군사동맹은 상호 신뢰를 전제로 형성되는 것이다. 그런데 신뢰를 저격하는 공격의 방아쇠를 일본이 당겼다. 이와야 일본 방위상은 한일 군사협의가 성과없이 끝난 뒤, "한미일 3국의 협력 태세는 제대로 진행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미국 국방부 장관과 만나서는 이 문제가 미일 협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대응을 검토하겠다면서 일본 측 주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첨언하자면, 초계기 갈등으로 양국간 군사적 신뢰가 사실상 바닥을 보인 상태에서 '한일 군사정보 보호협정', 사실상의 '군사정보 공유협정'의 지속가능성도 조만간 중대한 시험대에 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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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리포트] 일본 초계기 논란…한일 군사동맹, 아직 어림없다
    • 입력 2019-01-20 10:04:10
    • 수정2019-01-22 10:19:07
    특파원 리포트
가와노 가쓰토시 일본 자위대 통합막료장

▶'레이더 경고음'증거라면, '초계기 블랙박스'검증부터?
▶ 인내와 예의...한국 태도, 뒤통수 맞을라
▶ 공개할 수 없다는 '증거'로 엄포...우방 맞나?
▶ '한일 군사동맹론'의 허구...저격당한 신뢰

일본의 일방적 주장 공표로 촉발된 자위대 초계기 갈등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었다. 주장과 반박이 뫼비우스의 띠처럼 반복되고 있다. '밝힐 수는 없지만, 증거가 있다'는 일본 정부, 미국까지 한일 현안을 끌고 갔다. 명색이 국가인데 '제3국'에게 '고자질'하자는 의도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한일현안을 미일동맹으로 끌고가는 모양새는 아무래도 과잉이다. 더구나 북핵 문제 등의 해법을 놓고 한미일 협력을 강조해왔던 터에.

[ '레이더 경고음'이 증거라고?...그렇다면, '초계기 블랙박스'검증은? ]

일본 정부가 데이터 공개 없이 레이더 주장만을 반복해온 상황에서, 이른바 '레이더 탐지 경고음'을 조만간 공개할 것이라는 일본 언론 보도가 나왔다. 초계기가 수신했다는 주파수 정보를 공개하면 될 터인데, 핵심을 외면하고 비핵심적 정황만 공개해온 것의 연장선인 셈이다.

예정대로 실행된다면, 해당 경고음의 출처와 정확성, 신뢰성 등에 대한 검증이 필수이다. 레이더 탐지와 관련한 초계기의 운영 시스템 전반을 들여다 봐야 한다는 뜻이다. 자위대 초계기가 한국 해경의 수색 레이더 전파를 혼동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다.

일본 자위대 초계기
일본은 전파 데이터는 중요 기밀이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 정부를 믿을 수 없다는 뜻이다. 신뢰가 이미 끝난 상황이라면, '경고음의 신뢰성'은 어떻게 담보할까? 초계기가 수신했다고 주장하는 경고음이 해당 초계기에서 실제 포착된 것인지, 해당 시스템의 오류 또는 오차 가능성은 전혀 없는지, 당시 해당 장비는 정상 작동하고 있었는지 등등을 검증해야 하지 않을까? 결국은 해당 초계기의 운영 시스템을 전부 검증해야 하고, 이는 블랙박스의 내용 검증까지 이어질 수밖에 없다.

블랙박스 개방을 통해, 계기상 기록과 항공기 승무원의 언행을 정밀 분석해야 할 필요성도 있다. 사격관제 레이더의 조준을 받았다면서도 여유로운 정찰비행이 이어진 배경은 진작부터 의혹을 자처하고 있다.

[ 인내와 예의를 갖춘 한국의 대응...뒤통수 맞을라 ]

일본 정부는 일본 언론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프레임 전쟁'을 이어가고 있다. 일본 언론에 비친 의제는 당연히 '초계기 위협 비행'이 아니라 '레이더 조사 논란'이다. 일본 정부는 일방적 주장을 마음껏 업데이트하고 있다. 논리와 근거자료의 옹색함은 이미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자위대 초계기의 이례적인 저공비행으로 위협을 느꼈다'는 한국 측의 대응은 너무 신사적이라고 할까? 일본 측의 도발적 주장에 대한 한국 정부 대응은 인내와 예의가 조금 지나친 것 아니냐는 궁금증이 제기되고 있다.

일본 자위대가 촬영한 한국 구축함
인터넷에 나타난 국민 여론은 다음과 같은 상식적 궁금증 혹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국가의 품격과 국제 관례 등을 생각하면, 전적으로 당연한 주장은 아니지만, 하여튼 여론의 일각은 그렇다.

▶ 초계기의 저공비행이 위협적이었다면, 자위권 차원에서 오히려 사격통제 레이더 조준을 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비정상적으로 접근한 자위대가 초계기가 테러범 등 위협세력에 장악된 상태였다면, 아군 함정이 무방비로 노출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 자위대 초계기의 비행 행태가 위협적었다면 선제적으로, 더욱 적극적으로 문제 제기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이러한 류의 위협비행에는 계속 이렇게 대응할 것인가?
▶ 일본이 초계기 위협비행 사실을 부인했다면, 초계기의 당시 블랙박스 공개를 진작부터 요구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 동일 사항이 자위대에 의해 반복되면, 자위권 차원의 대항조치에 들어간다고 선언해야 하지 않는가?

[ '증거 있으니 사과하라'는 엄포...우방끼리 나올 말인가? ]

자위대 초계기 논란의 진행 양상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 일본 정부, 레이더 조사 주장 → 한국 정부, 부인·반박 → 일본 정부, 비난 릴레이 → 일본 언론, 비난 릴레이 → 일본 언론, 증거 동영상 공개 예고 보도 → 일본 정부, 초계기 촬영 영상 공개 → 한국, 초계기 위협비행 동영상 공개 → 한일 군사 실무 협의 → 일본 언론, 협의 내용 선제 공개 → 한국 정부, 반박 → 일본 정부, 반박 → 일본 방위성, 한국 무관 초치 → 한국 국방부, 일본 무관 초치 → 자위대, '증거 있다' 주장 → 일본 방위상, 미국 국방장관에 일본 주장 전달 → 일본 언론, 레이더 경고음 공개 예고 → 한국 정부, 왜곡된 정보 우려.

이와야 다케시 일본 방위상
논란의 진행 방식은 대동소이하다. 대부분 다음과 같은 사이클을 반복하고 있다.

▶일본 언론, 정부 입장 선제 보도 → 일본 정부, 주장 → 한국 정부, 반박 → 일본 정부, 재반박 (이하 중략).

하나의 주장이 반박되면 또다른 주장이 제기되는 방식이 무한궤도처럼 반복되고 있는데, 정작 주장을 뒷받침할 직접 증거는 없다.

[ 한일군사 동맹이 시기상조인 이유 ]

일본 정부가 언론의 든든한 지원을 받고 있다면, 한국 정부는 상대적으로 고군분투하는 모양새이다. 국민정서 혹은 민족정서보다 한일 우호협력을 중시하는 유력 매체의 존재가 부담스러울 것이다.

위안부 피해자 관련 일방적 합의 문제, 징용 피해자 보상 판결 등 일련의 예민한 현안에서 한일 관계의 경색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주요 보수 매체와 이른바 보수 논객(전문가?) 사이에서 분출했다. 한일 관계의 악화의 책임을 한국 측에 전가하고 싶어하는 것 아닌가 하는 오해를 부르는 대목이다. 심지어 한미일, 더나아가 한일 군사동맹의 필요성에 대한 강변이 이른바 전문가들의 입을 빌어 여과없이 보도되기도 했다.

패트릭 섀너핸 미 국방부 장관 대행과 이와야 다케시 일본 방위상(오른쪽)
일본은 진작부터 한미일 군사동맹, 더 나아가 한일 군사동맹에 관심이 많다. 이는 군비분담에 관심이 많은 미국의 관심사이기도 하다. 일본과 관련된 군사동맹의 확대는 필연적으로 자위대의 외연 확대로 이어진다. 군사동맹은 상호 신뢰를 전제로 형성되는 것이다. 그런데 신뢰를 저격하는 공격의 방아쇠를 일본이 당겼다. 이와야 일본 방위상은 한일 군사협의가 성과없이 끝난 뒤, "한미일 3국의 협력 태세는 제대로 진행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미국 국방부 장관과 만나서는 이 문제가 미일 협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대응을 검토하겠다면서 일본 측 주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첨언하자면, 초계기 갈등으로 양국간 군사적 신뢰가 사실상 바닥을 보인 상태에서 '한일 군사정보 보호협정', 사실상의 '군사정보 공유협정'의 지속가능성도 조만간 중대한 시험대에 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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