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의 눈] ‘먼지 차별’…더 큰 혐오·갈등 부른다

입력 2020.01.09 (21:38) 수정 2020.01.09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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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왠지 기분이 찜찜하고 불편하게 느껴지는 말이나 행동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거죠.

이렇게 성별과 나이, 신체조건 등에 대해 무심코 던지는 차별적인 언행들.

눈에 잘 보이진 않지만 곳곳에 쌓여 있고 그냥 놔두면 유해한 먼지 같은 존재라는 뜻에서 이런 걸 먼지 차별이라고 부르는데요.

언뜻 사소해 보이시나요?

하지만 그냥 두면 향후 더 큰 차별과 혐오, 폭력성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올해 인권위에 올라온 첫 진정도 바로 이 먼지차별에 관한 것이었는데요.

선재희 기자가 그 내용,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공원에서 롤러 스케이트를 타고 있는 이 여자 어린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분홍입니다.

[장희진/서울 마포구 : "선택할 수 있는 게 여자는 핑크색, 남자는 거의 파란색 밖에 없어 가지고."]

[유튜브 동영상/pink no more : "몸도 핑크인데, 머리핀도 옷도 거울도 조리도구도 전부 다 핑크고요."]

참다 못한 부모들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습니다.

유아용품을 판매하면서 성별로 색깔을 미리 정해 못박은 것은 유아에 대한 인권 침해라고 지적합니다.

[장하나/'정치하는 엄마들' 활동가 : "태어나자마자 물리는 공갈 젖꼭지부터 여성용, 남성용이 있다는 것은 미래세대들한테는 전혀 걸맞지 않는 행태이다."]

이런 먼지차별은 도처에 깔려 있습니다.

[이재영/서울 영등포구 : "그런 거 있잖아요.남자가 여자보다 돈을 더 많이 벌어야 된다."]

["친구들이 남자가 그것도 못 드냐."]

[최해인/서울 양천구 : "다른 사람들 더 드시라고 양보하니까 너는 천상 여자네."]

그리고 무심코 상처를 줍니다.

["엄마가 일하면 아이들은 누가 보나요? 육아휴직 쓰면 출.포.남(출세를 포기한 남자)"]

이런 말은 부부갈등을 조장할 수 있고,

["몇 학번이세요?(대학 안 나왔는데...) 너 시골에서 왔는데 왜 사투리 안 써?"]

남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습니다.

[장한업/이화여대 교수/'차별의 언어' 저자 : "너무 다른 사람의 사적 영역에 너무 많이 개입하고, 그러면서도 자기가 개입하고 있고 그 상대방에게 불편감을 주고 있다는 사실조차도 인식도 못하고."]

무심코 행해지는, 먼지같은 차별들이 계속 쌓이다 보면, 성별과 지역, 세대 간 갈등 조장이나 소수자에 대한 혐오같은 더 큰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사회 분열과 갈등을 해소하려는 노력. 이런 '먼지차별'을 없애는 것이 그 첫 시작일 수 있습니다.

KBS 뉴스 선재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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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의 눈] ‘먼지 차별’…더 큰 혐오·갈등 부른다
    • 입력 2020-01-09 21:40:32
    • 수정2020-01-09 21:5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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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왠지 기분이 찜찜하고 불편하게 느껴지는 말이나 행동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거죠.

이렇게 성별과 나이, 신체조건 등에 대해 무심코 던지는 차별적인 언행들.

눈에 잘 보이진 않지만 곳곳에 쌓여 있고 그냥 놔두면 유해한 먼지 같은 존재라는 뜻에서 이런 걸 먼지 차별이라고 부르는데요.

언뜻 사소해 보이시나요?

하지만 그냥 두면 향후 더 큰 차별과 혐오, 폭력성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올해 인권위에 올라온 첫 진정도 바로 이 먼지차별에 관한 것이었는데요.

선재희 기자가 그 내용,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공원에서 롤러 스케이트를 타고 있는 이 여자 어린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분홍입니다.

[장희진/서울 마포구 : "선택할 수 있는 게 여자는 핑크색, 남자는 거의 파란색 밖에 없어 가지고."]

[유튜브 동영상/pink no more : "몸도 핑크인데, 머리핀도 옷도 거울도 조리도구도 전부 다 핑크고요."]

참다 못한 부모들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습니다.

유아용품을 판매하면서 성별로 색깔을 미리 정해 못박은 것은 유아에 대한 인권 침해라고 지적합니다.

[장하나/'정치하는 엄마들' 활동가 : "태어나자마자 물리는 공갈 젖꼭지부터 여성용, 남성용이 있다는 것은 미래세대들한테는 전혀 걸맞지 않는 행태이다."]

이런 먼지차별은 도처에 깔려 있습니다.

[이재영/서울 영등포구 : "그런 거 있잖아요.남자가 여자보다 돈을 더 많이 벌어야 된다."]

["친구들이 남자가 그것도 못 드냐."]

[최해인/서울 양천구 : "다른 사람들 더 드시라고 양보하니까 너는 천상 여자네."]

그리고 무심코 상처를 줍니다.

["엄마가 일하면 아이들은 누가 보나요? 육아휴직 쓰면 출.포.남(출세를 포기한 남자)"]

이런 말은 부부갈등을 조장할 수 있고,

["몇 학번이세요?(대학 안 나왔는데...) 너 시골에서 왔는데 왜 사투리 안 써?"]

남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습니다.

[장한업/이화여대 교수/'차별의 언어' 저자 : "너무 다른 사람의 사적 영역에 너무 많이 개입하고, 그러면서도 자기가 개입하고 있고 그 상대방에게 불편감을 주고 있다는 사실조차도 인식도 못하고."]

무심코 행해지는, 먼지같은 차별들이 계속 쌓이다 보면, 성별과 지역, 세대 간 갈등 조장이나 소수자에 대한 혐오같은 더 큰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사회 분열과 갈등을 해소하려는 노력. 이런 '먼지차별'을 없애는 것이 그 첫 시작일 수 있습니다.

KBS 뉴스 선재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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