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내 땅에 불법 폐기물이”…드러나는 매립 실태

입력 2019.11.13 (08:28) 수정 2019.11.13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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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땅을 팠는데 검은 흙에다 오염수가 흘러나옵니다.

주인도 모르게 파묻어놓은 불법 폐기물이 전국 각지에서 발견되고 있습니다.

수십만 톤의 불법 폐기물을 매립한 업자 수십여 명이 무더기로 적발되기도 했는데요.

피해 농지는 과연 원상 복구될 수 있을까요?

지금부터 현장을 확인해보시죠.

[리포트]

경기도의 한 농지입니다.

굴삭기로 땅을 파자 검은 흙이 나옵니다.

파고 파도 원래의 흙 색깔은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인근 주민/음성변조 : "팔 때 봤어. 아주 원상 복구하면서 논바닥까지 다 파냈어. 그런데 무슨 개흙 같은 게 나와. 시커먼 흙이…."]

또 다른 논입니다.

하얀 가루가 보이는데요, 오염수가 흐른 자국으로 추정됩니다.

[김의균/김포 환경을 살리는 사람들 : "하얗게 산화가 됐잖아요. 폐기물이 이쪽에 집중 매립이 됐겠다고 생각하고 거길 파보니까 두 군데가 양쪽 다 똑같이 묻혔어요."]

환경 단체에 제보가 들어온 건 지난달 중순.

[민찬홍/김포 환경을 살리는 사람들 : "여기 폐기물이 들어간다고 농민께서 전화를 주셨어요. 그래서 온 거죠. 그분이 일하시다 보니까 이상한 흙 같은 게 들어온 것 같아서 보고 전화를 하신 모양이에요."]

그 뒤 경찰과 함께 땅을 파봤더니 이런 검은 흙과 폐기물들이 발견됐다고 하는데요.

[시청 관계자/음성변조 : "경찰 입회하에 저희가 (장비를) 임대해서 같이 땅을 팠고요. 행위자한테 그것을 원상 복구하게끔 조치를 내렸고 그 사람이 들어온 것의 2배 정도 분량을 다 퍼 나간 상태에요."]

이 폐기물들의 성분은 무기성 오니.

석재를 가공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데 토양 산성화 때문에 농경지 매립이 금지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암석 공사용 모래를 만드는 업자가 농경지에 무단으로 폐기물을 버린 건으로 추정됩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요?

보통 농촌에서는 농지를 튼튼히 하거나 밭농사로 바꾸기 위해 매립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 땅의 주인 역시 매립업자에게 좋은 흙으로 매립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합니다.

[김의균/김포 환경을 살리는 사람들 : "매립해서 농사를 지으려고 받아 가려고 아는 사람한테 받았다고 하더라고요. 좋은 흙을 넣어주기로 약속했다는데…."]

그렇게 매립을 하기로 한 뒤 이곳에는 수많은 차가 오갔다고 합니다.

[인근 주민/음성변조 : "차가 밀려서 여기 덤프차가 줄 서 있었어요. 이 아스팔트가 기존에 여기 깔려있던 건데 덤프차가 많이 다녀서 무너져서 다 떨어진 거예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주로 밤이나 새벽 시간을 이용해 작업이 이뤄졌다고 주민들은 말합니다.

[인근 주민/음성변조 : "대부분 밤에 해. 낮에 하면 사람들이 많이 보잖아요. 폐기물이라고 하면 여기서도 보이거든. 절대 낮에 못 오죠."]

땅 주인은 물론 주민이나 지자체도 불법 폐기물이 매립되는 건 몰랐다고 합니다.

[민찬홍/김포 환경을 살리는 사람들 : "땅 주인한테 저희가 여쭤봤어요. 몰랐냐 하니까 몰랐대요. 자기들도 경찰서에서 연락을 받은 모양이야. 그래서 알았대요."]

[시청 관계자/음성변조 : "민원 한 번도 들어온 적이 없고요. 저희가 점검을 간다고 해도 워낙 농지가 많잖아요."]

이렇게 몰래 매립된 폐기물은 무려 42만톤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지난 2014년부터 올해까지 경기도와 인천 일대의 농경지 20여 곳에 폐기물을 불법 매립한 혐의를 받고 있는데요.

경찰은 이들이 운반 업체들과 이 같은 불법 매립을 통해 150억 원 가량을 챙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농사 지어야할 땅에 폐기물 매립 소식을 들은 지역 주민들은 걱정이 태산입니다.

[전진철/인근 주민 : "뭐 농사를 못 하겠지. 아무것도 못 심겠지. 그렇게 되면 농사를 심어봐야 소용없어. 다 썩어버리지."]

[김의균/김포 환경을 살리는 사람들 : "나온 농작물을 먹었고 자기네들이 남은 거는 팔았다는 거예요. 김포시민으로서는 이거 진짜 심각하단 말이에요."]

이번에는 다른 지역입니다.

굴삭기로 파자, 검은 흙이 나오고 옆에는 검은 물도 흐릅니다. 드문드문 부서진 폐기물들도 보이는데요.

이모 씨는 지난해 공원을 만든다는 업체에게 땅을 빌려주기로 했다고 합니다.

[남OO/땅 주인 친척/음성변조 : "평당 천 원씩 준다고 이제 임대를 해달라고 거기에 꽃을 심어서 공원화시킨다고 그래서…."]

그런데, 지난 가을부터 이웃들의 항의가 이어졌다고 하는데요.

[이OO/땅 주인 가족/음성변조 : "농가들이 피해를 봤다고 전화 와서 그때 안 거죠. 왔을 때는 여기서 악취가 엄청났어요. 새카만 물도 나오고 정상적인 흙이 아니다 그런 거죠."]

1년의 계약 기간이 끝난 뒤 해당 업체 측을 상대로 법적 조치를 취했지만 업체 측의 혐의는 없는 것으로 결론 났다고 하는데요.

현재 땅을 그냥 방치 중인 땅 주인 측은 재수사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OO/땅 주인 가족/음성변조 : "이 상태로 (농사를) 못 지으니까 그대로 나뒀던 거죠. 작물이 살지를 못하니까. 속상하죠. (이웃이) 피해 본 거 우리가 다 물어주고 돈 한 푼도 못 받았어요."]

그런가하면 충북 충주에서는 전국 8개 업체로부터 폐기물 7천 900여톤을 받아 무단으로 버린 업체가 적발되기도 했습니다.

[시청 관계자/음성변조 : "공장 짓는다고 땅 고르게 해놓은 데 있잖아요. 창고 부지 그런 곳에 투기한 건이거든요."]

이들은 적법한 폐기물 처리 비용보다 2, 30% 저렴한 비용으로 처리해 준다며 폐기물을 모아 무단으로 버려왔습니다.

[시청 관계자/음성변조 : "이제 행위자 배출자들이 다 치울 수 있도록 그렇게 조치할 예정이라서요."]

지난해 의성 쓰레기산 보도 기억하시죠? 잊을만하면 잇따르는 쓰레기, 폐기물 불법 투기와 매립은 이미 예견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홍수열/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 : "의성 쓰레기 산은 소각장 용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탈 수 있는 쓰레기가 갈 곳이 없어서 불법으로 쌓이는 거거든요. 그런데 소각장뿐만 아니라 매립장 부족 위기도 굉장히 심각해요. 쓰레기 처리의 대란이 두 가지 형태로 나타나는 거예요. 그래서 이런 불법 매립이 확산되는 경향에 대해서는 좀 더 심각하게 문제를 바라봐야 할 것으로 생각해요."]

처리 시설은 부족한데 쓰레기와 폐기물은 넘쳐나고 있습니다.

외국으로 수출했던 우리 쓰레기는 다시 되돌아보고, 외신들마저 주목하고 있는데요.

이제는 몰래 파묻고 숨겨놨던 전국 곳곳의 쓰레기, 폐기물의 반격이 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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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내 땅에 불법 폐기물이”…드러나는 매립 실태
    • 입력 2019-11-13 08:29:16
    • 수정2019-11-13 08:5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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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땅을 팠는데 검은 흙에다 오염수가 흘러나옵니다.

주인도 모르게 파묻어놓은 불법 폐기물이 전국 각지에서 발견되고 있습니다.

수십만 톤의 불법 폐기물을 매립한 업자 수십여 명이 무더기로 적발되기도 했는데요.

피해 농지는 과연 원상 복구될 수 있을까요?

지금부터 현장을 확인해보시죠.

[리포트]

경기도의 한 농지입니다.

굴삭기로 땅을 파자 검은 흙이 나옵니다.

파고 파도 원래의 흙 색깔은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인근 주민/음성변조 : "팔 때 봤어. 아주 원상 복구하면서 논바닥까지 다 파냈어. 그런데 무슨 개흙 같은 게 나와. 시커먼 흙이…."]

또 다른 논입니다.

하얀 가루가 보이는데요, 오염수가 흐른 자국으로 추정됩니다.

[김의균/김포 환경을 살리는 사람들 : "하얗게 산화가 됐잖아요. 폐기물이 이쪽에 집중 매립이 됐겠다고 생각하고 거길 파보니까 두 군데가 양쪽 다 똑같이 묻혔어요."]

환경 단체에 제보가 들어온 건 지난달 중순.

[민찬홍/김포 환경을 살리는 사람들 : "여기 폐기물이 들어간다고 농민께서 전화를 주셨어요. 그래서 온 거죠. 그분이 일하시다 보니까 이상한 흙 같은 게 들어온 것 같아서 보고 전화를 하신 모양이에요."]

그 뒤 경찰과 함께 땅을 파봤더니 이런 검은 흙과 폐기물들이 발견됐다고 하는데요.

[시청 관계자/음성변조 : "경찰 입회하에 저희가 (장비를) 임대해서 같이 땅을 팠고요. 행위자한테 그것을 원상 복구하게끔 조치를 내렸고 그 사람이 들어온 것의 2배 정도 분량을 다 퍼 나간 상태에요."]

이 폐기물들의 성분은 무기성 오니.

석재를 가공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데 토양 산성화 때문에 농경지 매립이 금지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암석 공사용 모래를 만드는 업자가 농경지에 무단으로 폐기물을 버린 건으로 추정됩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요?

보통 농촌에서는 농지를 튼튼히 하거나 밭농사로 바꾸기 위해 매립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 땅의 주인 역시 매립업자에게 좋은 흙으로 매립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합니다.

[김의균/김포 환경을 살리는 사람들 : "매립해서 농사를 지으려고 받아 가려고 아는 사람한테 받았다고 하더라고요. 좋은 흙을 넣어주기로 약속했다는데…."]

그렇게 매립을 하기로 한 뒤 이곳에는 수많은 차가 오갔다고 합니다.

[인근 주민/음성변조 : "차가 밀려서 여기 덤프차가 줄 서 있었어요. 이 아스팔트가 기존에 여기 깔려있던 건데 덤프차가 많이 다녀서 무너져서 다 떨어진 거예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주로 밤이나 새벽 시간을 이용해 작업이 이뤄졌다고 주민들은 말합니다.

[인근 주민/음성변조 : "대부분 밤에 해. 낮에 하면 사람들이 많이 보잖아요. 폐기물이라고 하면 여기서도 보이거든. 절대 낮에 못 오죠."]

땅 주인은 물론 주민이나 지자체도 불법 폐기물이 매립되는 건 몰랐다고 합니다.

[민찬홍/김포 환경을 살리는 사람들 : "땅 주인한테 저희가 여쭤봤어요. 몰랐냐 하니까 몰랐대요. 자기들도 경찰서에서 연락을 받은 모양이야. 그래서 알았대요."]

[시청 관계자/음성변조 : "민원 한 번도 들어온 적이 없고요. 저희가 점검을 간다고 해도 워낙 농지가 많잖아요."]

이렇게 몰래 매립된 폐기물은 무려 42만톤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지난 2014년부터 올해까지 경기도와 인천 일대의 농경지 20여 곳에 폐기물을 불법 매립한 혐의를 받고 있는데요.

경찰은 이들이 운반 업체들과 이 같은 불법 매립을 통해 150억 원 가량을 챙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농사 지어야할 땅에 폐기물 매립 소식을 들은 지역 주민들은 걱정이 태산입니다.

[전진철/인근 주민 : "뭐 농사를 못 하겠지. 아무것도 못 심겠지. 그렇게 되면 농사를 심어봐야 소용없어. 다 썩어버리지."]

[김의균/김포 환경을 살리는 사람들 : "나온 농작물을 먹었고 자기네들이 남은 거는 팔았다는 거예요. 김포시민으로서는 이거 진짜 심각하단 말이에요."]

이번에는 다른 지역입니다.

굴삭기로 파자, 검은 흙이 나오고 옆에는 검은 물도 흐릅니다. 드문드문 부서진 폐기물들도 보이는데요.

이모 씨는 지난해 공원을 만든다는 업체에게 땅을 빌려주기로 했다고 합니다.

[남OO/땅 주인 친척/음성변조 : "평당 천 원씩 준다고 이제 임대를 해달라고 거기에 꽃을 심어서 공원화시킨다고 그래서…."]

그런데, 지난 가을부터 이웃들의 항의가 이어졌다고 하는데요.

[이OO/땅 주인 가족/음성변조 : "농가들이 피해를 봤다고 전화 와서 그때 안 거죠. 왔을 때는 여기서 악취가 엄청났어요. 새카만 물도 나오고 정상적인 흙이 아니다 그런 거죠."]

1년의 계약 기간이 끝난 뒤 해당 업체 측을 상대로 법적 조치를 취했지만 업체 측의 혐의는 없는 것으로 결론 났다고 하는데요.

현재 땅을 그냥 방치 중인 땅 주인 측은 재수사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OO/땅 주인 가족/음성변조 : "이 상태로 (농사를) 못 지으니까 그대로 나뒀던 거죠. 작물이 살지를 못하니까. 속상하죠. (이웃이) 피해 본 거 우리가 다 물어주고 돈 한 푼도 못 받았어요."]

그런가하면 충북 충주에서는 전국 8개 업체로부터 폐기물 7천 900여톤을 받아 무단으로 버린 업체가 적발되기도 했습니다.

[시청 관계자/음성변조 : "공장 짓는다고 땅 고르게 해놓은 데 있잖아요. 창고 부지 그런 곳에 투기한 건이거든요."]

이들은 적법한 폐기물 처리 비용보다 2, 30% 저렴한 비용으로 처리해 준다며 폐기물을 모아 무단으로 버려왔습니다.

[시청 관계자/음성변조 : "이제 행위자 배출자들이 다 치울 수 있도록 그렇게 조치할 예정이라서요."]

지난해 의성 쓰레기산 보도 기억하시죠? 잊을만하면 잇따르는 쓰레기, 폐기물 불법 투기와 매립은 이미 예견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홍수열/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 : "의성 쓰레기 산은 소각장 용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탈 수 있는 쓰레기가 갈 곳이 없어서 불법으로 쌓이는 거거든요. 그런데 소각장뿐만 아니라 매립장 부족 위기도 굉장히 심각해요. 쓰레기 처리의 대란이 두 가지 형태로 나타나는 거예요. 그래서 이런 불법 매립이 확산되는 경향에 대해서는 좀 더 심각하게 문제를 바라봐야 할 것으로 생각해요."]

처리 시설은 부족한데 쓰레기와 폐기물은 넘쳐나고 있습니다.

외국으로 수출했던 우리 쓰레기는 다시 되돌아보고, 외신들마저 주목하고 있는데요.

이제는 몰래 파묻고 숨겨놨던 전국 곳곳의 쓰레기, 폐기물의 반격이 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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