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서울도 ‘붉은 수돗물’…3월부터 민원 했지만

입력 2019.06.24 (08:32) 수정 2019.06.24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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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요즘 집집마다 수돗물 색깔에 어느때보다 민감하시죠.

필터를 달아서 매일 확인하는가 하면, 언제 붉은 수돗물이 나올지 모른다며 아예 식수로는 사용하지 않겠다는 분들도 계시고요.

이런 일들이 호들갑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서울 영등포에서도 붉은 수돗물이 나왔는데, 이미 석달전부터 주민들이 지적했다고 합니다.

지금부터 확인해보시죠.

[리포트]

서울 문래동의 한 아파트.

하루 아침에 수돗물을 먹지 말라는 서울시 권고에 주민들의 하소연이 이어집니다.

[서울시 문래동 주민 : "세상에 뭐 이런 일이 있나 그러지. 60평생 살다 처음 있는 일이야."]

[서울시 문래동 주민 : "(수돗물) 그걸로 한약도 끓이고 다했는데, 인삼도 끓이고, 버릴 수도 없고 어떡해."]

어린 아기가 있는 집에선 더 걱정입니다.

돌도 안 된 막내 등 어린 세 자녀를 키우는 이 모 씨.

며칠새 손이 더 바빠졌다고 하는데요,

[이○○/서울시 문래동 : "일단은 손이 한 번 더 가게 되고 이것저것 많이 불편해졌어요. 아기 손수건 같은 것은 이제 입에 닿으니까 생수로 한 번 물 받아서 빨고, 아기 분유 병도 물론 생수로 헹구고."]

특히 먹는 음식은 더 신경이 쓰입니다.

[이○○/서울시 문래동 : "수돗물이 녹물이 나오니까 그냥 입에 먹는 것은 찝찝하잖아요. 음식 할 때는 무조건 생수를 사용하고요. 상추, 채소 같은 것은 필터 달린 수돗물에 한 번 씻고, 생수로 한 번 더 헹궈서 먹어요."]

사실 이 씨 집 수돗물은 필터에 한번 걸러 사용해 안심해도 될 것 같지만, 좀처럼 마음을 놓을 수 없다고 하는데요.

의심이 시작된 건 지난 3월, 수돗물이 갑자기 나빠졌기 때문입니다.

[이○○/서울시 문래동 : "처음에 (지난해 11월) 이사 와서 필터를 달고 3월까지는 한 번도 교체한 적이 없었어요. 3월부터 갑자기 (필터가) 노랗게 변하더니 그때부터 심해지더라고요."]

놀란 마음에 바로 수도사업소에 연락해 수질검사를 받았는데, 결과는 적합이었습니다.

[이○○/서울시 문래동 : "아무 이상 없다, 먹어도 된다 이렇게 검사 결과가 나왔어요. 그런데 일단 눈에 보이는 게 저렇게 색깔이 변해 있는 물을 어떻게 애한테 먹이고 설거지를 하고 쌀을 씻고 하나요. 당연히 불안하죠. (필터) 색깔이 이렇게 눈에 띄게 나오니까."]

일시적인 현상이길 바랐지만, 적어도 필터로 확인할 수 있는 수질은 더 이상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지금 수돗물 상태는 어떤지 직접 확인해볼까요.

새 필터를 끼우고 수돗물을 흘려보내봤습니다.

15분 만에 이렇게 필터 색깔이 눈에 띄게 변했습니다.

[이○○/서울시 문래동 : "(3월) 그 후부터 일주일에 한번 씩 무조건 (필터를) 교체하는 수밖에 없었어요. 지금은 2, 3일에 한 번씩 교체하고 있어요. 이게 3일 사용한 (필터) 거든요."]

인근에 사는 권모 씨도 지난 3월, 수돗물이 갑자기 이상해진 것을 확인했습니다.

[권○○/서울시 문래동 : "원래 샤워기에 필터를 장착해서 쓰고 있었는데, 거의 몇 년 동안 색깔 변화 없이 그냥 원래 색깔을 유지했는데, 그때 며칠 만에 갑자기 색깔이 확 변했어요. 3월 말쯤에. 이건 누가 봐도 이상하다."]

지역 주민 인터넷 카페를 살펴보니 "수돗물이 이상하다"는 글들이 지난 3월 당시 이렇게 있습니다.

수도사업소 측에 상황을 알렸다고 하는데요.

[권○○/서울시 문래동 : "우리 아파트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적으로 여러 아파트 단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수질 문제가) 생기고 있는데, 남부수도사업소에서 취하고 있는 조치는 없냐고 했더니 전혀 없다고, 계속 의심이 된다면 수질검사를 한 번 받아보라 (했어요)."]

하지만, 수질검사 결과는 '적합', 즉 문제없음이었다고 합니다.

[권○○/서울시 문래동 : "철, 구리는 없는 걸로 나왔고, pH 하고 잔류 염소도 당연히 기준치 이하로 나왔고, 탁도 같은 경우에는 저희 집이 0.35NTU인 것은 일반적인 집보다는 조금 높다. 하지만 0.5NTU 이하인 경우에는 기준에 맞고 음용수로 적합하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수준은 아니다."]

같은 동네, 다른 아파트에 사는 주민들이 비슷한 시기에 수질 문제를 제기하며, 검사를 받았지만, 문제가 된 곳이 단 한곳도 없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합니다.

[권○○/서울시 문래동 : "그때 (수질) 검사하시는 분한테 이것저것 여쭤봤더니, 이 아파트뿐만 아니라 문래동 다른 아파트에서도 계속 (수질 문제) 얘기가 나와서 여러 군데 다 검사를 했는데 특별한 문제가 없다. 잠깐 이랬다가 없어지는 경우가 많다."]

결국 자구책으로 집에서 쓰는 모든 수도에 '필터'를 설치했습니다.

[권○○/서울시 문래동 : "뭔가 해결되기를 바라기에는 진짜 몇 년, 몇 십 년이 걸릴 수도 있겠다. 제 스스로 우리 몸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잖아요. 세면대, 샤워기 밑에 수도, 그다음에 싱크대 쪽, 다 필터를 개별로 구매해서 설치하게 됐죠."]

기준치 이하라 괜찮다던 그 물은 결국 3개월만에 '식수부적합 판정'이 나왔습니다.

동네 상인들은 어떤 상황일까요?

[인근 상인/음성변조 : "계속 아파트 사람들이 (수돗물 문제) 소문이 나니까 오늘 되게 (매출이) 안 좋았어요. 15명밖에 안 왔어요. 원래 그래도 30명은 와야 되거든요. 밥 먹으러."]

[인근 상인/음성변조 : "생수로 (음식)한다고 공지를 해놔도 찝찝하죠.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힘들어요, 이게 잠깐이면 되는데, 길게 가면 생수로 어떻게 계속해요."]

그런데, 서울지역 수질문제 지역이 더 확산될 거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이번 식수부적합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아파튼데요, 보다시피 필터색이 누렇게 변해있습니다.

[서울시 문래동 주민/음성변조 : "(옆 동네에) 이 사태가 터지고 (필터) 다시 산 거거든요. 저 정도면 한 이틀도 못 갈 것 같아요. 정말 아까 딱 점심때 밥 먹고, 설거지 한 번 했는데. 빨리 해결되면 좋죠. 뭐 노후 수도관을 바꿔주신다는 말도 있고. 차츰차츰 바꾼다고 하니까 믿어야죠."]

서울시는 일단 매설한지 46년된 '노후 수도관'을 원인으로 추정하고,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수도관을 교체하겠다고 밝혔는데요,

하지만, 이제 나아질거란 안도감보다는 다음엔 어느 지역이냐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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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서울도 ‘붉은 수돗물’…3월부터 민원 했지만
    • 입력 2019-06-24 08:36:04
    • 수정2019-06-24 09: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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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요즘 집집마다 수돗물 색깔에 어느때보다 민감하시죠.

필터를 달아서 매일 확인하는가 하면, 언제 붉은 수돗물이 나올지 모른다며 아예 식수로는 사용하지 않겠다는 분들도 계시고요.

이런 일들이 호들갑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서울 영등포에서도 붉은 수돗물이 나왔는데, 이미 석달전부터 주민들이 지적했다고 합니다.

지금부터 확인해보시죠.

[리포트]

서울 문래동의 한 아파트.

하루 아침에 수돗물을 먹지 말라는 서울시 권고에 주민들의 하소연이 이어집니다.

[서울시 문래동 주민 : "세상에 뭐 이런 일이 있나 그러지. 60평생 살다 처음 있는 일이야."]

[서울시 문래동 주민 : "(수돗물) 그걸로 한약도 끓이고 다했는데, 인삼도 끓이고, 버릴 수도 없고 어떡해."]

어린 아기가 있는 집에선 더 걱정입니다.

돌도 안 된 막내 등 어린 세 자녀를 키우는 이 모 씨.

며칠새 손이 더 바빠졌다고 하는데요,

[이○○/서울시 문래동 : "일단은 손이 한 번 더 가게 되고 이것저것 많이 불편해졌어요. 아기 손수건 같은 것은 이제 입에 닿으니까 생수로 한 번 물 받아서 빨고, 아기 분유 병도 물론 생수로 헹구고."]

특히 먹는 음식은 더 신경이 쓰입니다.

[이○○/서울시 문래동 : "수돗물이 녹물이 나오니까 그냥 입에 먹는 것은 찝찝하잖아요. 음식 할 때는 무조건 생수를 사용하고요. 상추, 채소 같은 것은 필터 달린 수돗물에 한 번 씻고, 생수로 한 번 더 헹궈서 먹어요."]

사실 이 씨 집 수돗물은 필터에 한번 걸러 사용해 안심해도 될 것 같지만, 좀처럼 마음을 놓을 수 없다고 하는데요.

의심이 시작된 건 지난 3월, 수돗물이 갑자기 나빠졌기 때문입니다.

[이○○/서울시 문래동 : "처음에 (지난해 11월) 이사 와서 필터를 달고 3월까지는 한 번도 교체한 적이 없었어요. 3월부터 갑자기 (필터가) 노랗게 변하더니 그때부터 심해지더라고요."]

놀란 마음에 바로 수도사업소에 연락해 수질검사를 받았는데, 결과는 적합이었습니다.

[이○○/서울시 문래동 : "아무 이상 없다, 먹어도 된다 이렇게 검사 결과가 나왔어요. 그런데 일단 눈에 보이는 게 저렇게 색깔이 변해 있는 물을 어떻게 애한테 먹이고 설거지를 하고 쌀을 씻고 하나요. 당연히 불안하죠. (필터) 색깔이 이렇게 눈에 띄게 나오니까."]

일시적인 현상이길 바랐지만, 적어도 필터로 확인할 수 있는 수질은 더 이상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지금 수돗물 상태는 어떤지 직접 확인해볼까요.

새 필터를 끼우고 수돗물을 흘려보내봤습니다.

15분 만에 이렇게 필터 색깔이 눈에 띄게 변했습니다.

[이○○/서울시 문래동 : "(3월) 그 후부터 일주일에 한번 씩 무조건 (필터를) 교체하는 수밖에 없었어요. 지금은 2, 3일에 한 번씩 교체하고 있어요. 이게 3일 사용한 (필터) 거든요."]

인근에 사는 권모 씨도 지난 3월, 수돗물이 갑자기 이상해진 것을 확인했습니다.

[권○○/서울시 문래동 : "원래 샤워기에 필터를 장착해서 쓰고 있었는데, 거의 몇 년 동안 색깔 변화 없이 그냥 원래 색깔을 유지했는데, 그때 며칠 만에 갑자기 색깔이 확 변했어요. 3월 말쯤에. 이건 누가 봐도 이상하다."]

지역 주민 인터넷 카페를 살펴보니 "수돗물이 이상하다"는 글들이 지난 3월 당시 이렇게 있습니다.

수도사업소 측에 상황을 알렸다고 하는데요.

[권○○/서울시 문래동 : "우리 아파트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적으로 여러 아파트 단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수질 문제가) 생기고 있는데, 남부수도사업소에서 취하고 있는 조치는 없냐고 했더니 전혀 없다고, 계속 의심이 된다면 수질검사를 한 번 받아보라 (했어요)."]

하지만, 수질검사 결과는 '적합', 즉 문제없음이었다고 합니다.

[권○○/서울시 문래동 : "철, 구리는 없는 걸로 나왔고, pH 하고 잔류 염소도 당연히 기준치 이하로 나왔고, 탁도 같은 경우에는 저희 집이 0.35NTU인 것은 일반적인 집보다는 조금 높다. 하지만 0.5NTU 이하인 경우에는 기준에 맞고 음용수로 적합하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수준은 아니다."]

같은 동네, 다른 아파트에 사는 주민들이 비슷한 시기에 수질 문제를 제기하며, 검사를 받았지만, 문제가 된 곳이 단 한곳도 없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합니다.

[권○○/서울시 문래동 : "그때 (수질) 검사하시는 분한테 이것저것 여쭤봤더니, 이 아파트뿐만 아니라 문래동 다른 아파트에서도 계속 (수질 문제) 얘기가 나와서 여러 군데 다 검사를 했는데 특별한 문제가 없다. 잠깐 이랬다가 없어지는 경우가 많다."]

결국 자구책으로 집에서 쓰는 모든 수도에 '필터'를 설치했습니다.

[권○○/서울시 문래동 : "뭔가 해결되기를 바라기에는 진짜 몇 년, 몇 십 년이 걸릴 수도 있겠다. 제 스스로 우리 몸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잖아요. 세면대, 샤워기 밑에 수도, 그다음에 싱크대 쪽, 다 필터를 개별로 구매해서 설치하게 됐죠."]

기준치 이하라 괜찮다던 그 물은 결국 3개월만에 '식수부적합 판정'이 나왔습니다.

동네 상인들은 어떤 상황일까요?

[인근 상인/음성변조 : "계속 아파트 사람들이 (수돗물 문제) 소문이 나니까 오늘 되게 (매출이) 안 좋았어요. 15명밖에 안 왔어요. 원래 그래도 30명은 와야 되거든요. 밥 먹으러."]

[인근 상인/음성변조 : "생수로 (음식)한다고 공지를 해놔도 찝찝하죠.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힘들어요, 이게 잠깐이면 되는데, 길게 가면 생수로 어떻게 계속해요."]

그런데, 서울지역 수질문제 지역이 더 확산될 거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이번 식수부적합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아파튼데요, 보다시피 필터색이 누렇게 변해있습니다.

[서울시 문래동 주민/음성변조 : "(옆 동네에) 이 사태가 터지고 (필터) 다시 산 거거든요. 저 정도면 한 이틀도 못 갈 것 같아요. 정말 아까 딱 점심때 밥 먹고, 설거지 한 번 했는데. 빨리 해결되면 좋죠. 뭐 노후 수도관을 바꿔주신다는 말도 있고. 차츰차츰 바꾼다고 하니까 믿어야죠."]

서울시는 일단 매설한지 46년된 '노후 수도관'을 원인으로 추정하고,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수도관을 교체하겠다고 밝혔는데요,

하지만, 이제 나아질거란 안도감보다는 다음엔 어느 지역이냐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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